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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8(비스카레트)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8(비스카레트)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8(비스카레트) 구녕 이효범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9시 50분에 길을 나섰다. 환장하고 싶은 날씨이다.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파랗다. 어제 이런 날씨였다면 얼마나 축복이었으랴. 부흐게테(Butguete)는 조그맣지만 정갈한 마을이었다. 중앙도로 양편으로 맑은 수로가 흐른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하이데거가 대학교수로 살았던 독일의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를 닮았다. 우리나라 순례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아마 3시간 전에 피라미 떼처럼 이 길을 지나갔으리라. 그런 힘으로 우리는 세계 10대 강대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으니, 무어라고 나무랄 일도 아니다. 이제 우리 순례자들과 좋은 인연 만들기는 어려워졌..

카테고리 없음 2024.04.21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7(론세스바예스)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7(론세스바예스)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7(론세스바예스) 구녕 이효범 어제는 바욘서 9시 52분에 생장피에드포르에 오는 기차를 탔다. 기차가 막 출발하려는 순간 어떤 사람이 내 옆 빈자리에 몸을 던진다. 아, 한국의 노처녀이다. 긴장해야지. 그런데 타자마자 이 노처녀는 묻지도 않는 말들을 따발총처럼 쏟아놓는다. 자기는 15년이나 다니던 회사를 상사가 갑질을 하는 바람에 사표를 던지고, 이제 다른 직장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빈 시간을 이용해서, 19일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중간중간 끊어서 돌려고 한다고. 파리공항에서 밤새 버스를 타고 바욘에 내려서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아침에 그냥 기차를 타려니 아까워서, 강변을 조금 걷다가 오는 바람에 기차를 ..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6(생장피에드포르)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6(생장피에드포르) o 인문학으로 보내는 산티아고 순례길 6(생장피에드포르) 구녕 이효범 바욘에서 1시간 기차를 타고 드디어 생장피에드포르에 왔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드디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 같다. ‘비로소’라고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비로소’ 긴 순례길의 시작점에 온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이곳에 똑바로 오지 못했는가? 주변 사람들에게 허풍을 크게 쳤지만 아마 마음이 미쳐 따르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의식의 어두운 밑바닥에서 저항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이성이 무의식을 다독이느라고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아니었는지. 그래서 내면을 찾으려는 여행이 화려한 외부 환경에 빠져, 한 번도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이제 도..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5(바욘)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5(바욘)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5(바욘) 구녕 이효범 바욘(Bayonne)으로 가기 위해 새벽 7시에 보르도역에 나왔다. 스타벅스에서 빵 한 조각과 거피를 사서 대합실에서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났다. 가방을 둘러맨 어떤 평범한 청년이 역에 놓인 피아노를 신나게 두드리고 있었다. 갑자기 시장 같았던 실내가 고급 살롱으로 변한다. 그 젊은이는 무슨 곡인지, 제법 긴 곡 하나만을 치고, 기차 전광판을 슬쩍 보더니, 급히 사라진다. 내 커피는 아직도 따뜻하게 남아 있는데, 전광판에 이윽고 내가 타야 할 기차의 플랫폼이 A로 나타난다. 1번에서 14번까지 나가는 통로는 쉽게 찾을 수 있는데 A는 잘 안 보인다. 잠시 당황하여 옆에 지나가는, ..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4(보르도2)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4(보르도2)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4(보르도2) 구녕 이효범 어제는 오후 1시 반에 숙소를 나와 7시까지 보르도 구시가지를 걸었다. 가론강(La Garonne)가에 있는 이 지역은 2007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도시 전체가 파리 루브르 박물관 근처를 떼어다 놓은 듯 했다. 규모는 작지만 건물도 유사하고, 분위기도 그랬다. 생 미셀 성당(Basilque Saint-Michel)-보르도 대극장-부흐스 광장(Place de la Bourse)과 물의 거울(Le miroir d’eau)-서점(Mollat)-생 앙드레 대성당(La Cathedrale Saint-Andre) -개선문으로 이동했다. 중간에 한국 음식점을 두 곳을 보았으나, 일요일이라..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3(보르도1)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3 (보르도1)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3 (보르도1) 구녕 이효범 아침 8에 몽파르나스역에 오니 그 넓은 홀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음식점도 많은데 아직 프랑스 식당에 들어가는 것은 겁이 난다. 다행히 한쪽에 맥도날드가 있다. 반갑게 들어가서, 제일 만만한 햄버거와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6.70유로다. 괜찮다 싶었는데 웬걸, 햄버거가 어찌나 얇은지 한입에 톡 털어 넣을 정도였다. 두 테이블 건너 창가에 중년의 아주머니가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음식을 먹고 있다. 그 창문 너머에는 마로니에가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 조금 있으려니 아주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가려고, 짐을 봐 달라고 다섯 손가락을 펴 보인다. ..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2(파리)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2(파리)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2(파리) 구녕 이효범 인천국제공항에서 파리 샤를 드골 공항까지는 14시간이 걸렸다. 기내식을 두 번 먹고, 한참을 자고, 또 3편의 영화를 보고, 마지막으로 간식을 먹었으나 시간이 너무 남는다. 이제는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14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다. 공항에 내리니 13일 저녁 6시경이 되었다. 외국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늘 아내에게 지적받는 일이지만, 꼼꼼하지 못한 나는 큰 여행의 그림만 그릴뿐, 미리 세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그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니냐고 변명은 하지만, 당황하고 실수할 때가 많다. 이번에도 나는 파리 드골 공항- 몽파르나스역- 보르도- 바욘- 생장피에드포르라는 일정만 머..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인천국제공항)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 (인천국제공항)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 (인천국제공항) 구녕 이효범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이 70을 넘어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을 걷는다고 집을 나선다, 남들은 밖에 있다가도 집에 들어올 나이에, 돈키호테처럼 돈키호테의 나라에 가겠다고 만용을 부린다.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e- de- Port)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두 발로 걸을 예정이다. 800Km, 이천리 길이다. 나는 왜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이 길을 걸으려고 하는 것일까? 서역으로 불법을 구하려고 간 혜초는 20대의 ..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성인 3)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성인 3) o 성인 3 구녕 이효범 붓다,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는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공자는 말린 고기 한 다발로 예의를 갖춘 사람은 출신성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제자로 거두었다. 군자와 소인의 종자가 본래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은 하늘로부터 선한 본성을 부여받았다. “하늘이 명한 것을 性이라 부르고, 성을 따르는 것을 道라고 이르고, 도를 닦는 것을 敎라고 한다.” 누구나 自强不息하면 소인에서 벗어나 인격자가 될 수 있다. 붓다는 전통으로 굳어진 사성제도를 거부했다. 누구나 사문이 될 수 있고, 사문이 되면 평등했다. 니디는 변소 치는 사람이었다. 똥통을 짊어지고 가는 길에, 발을 헛디뎌, 똥물이 붓다의 가사에 튀었다. 붓다는 강에 가서,..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5, 성인2)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5, 성인2) o 성인2 구녕 이효범 붓다,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는 널리 사람을 사랑하였다. 예수는 “너희는 거룩하라.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라는 구약의 최대 규범을, “너희 아버지의 자비하심과 같이 너희도 자비하라.”로 바꾸어 놓았다. 예수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깨닫고, 증언하고, 실천하였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고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에게 가르친다. 너희에게 악을 행하는 사람에게 보복하지 마라. 또 너희는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고 하신 말씀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