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 86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3, 장마)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3, 장마) o 장마  구녕 이효범  울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하늘까지 울고 싶었나 보다. 어제도, 오늘도 비가 내린다. 내일은 그만 멈추시라. 땅까지 따라 우시면 장가 한 번 가지 못하고  고향을 지키다 서럽게 살다 간 어릴 적 내 친구 묻힐 곳이 없어라.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2, 불변의 도)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2, 불변의 도) o 불변의 도  구녕 이효범 노자는 말했다.“말할 수 있는 도는 불변의 도가 아니고,명명할 수 있는 이름은 불변의 이름이 아니다.”붓다는 영취산에서 꽃을 들어 보였다.마하 가섭만이 빙그레 웃었다.토마스 아퀴나스는 100권이 넘는 신학대전을 쓰다가,하느님의 빛을 보고 붓을 꺾었다.“내가 이제껏 쓴 것들은내가 보았고, 나에게 계시된 것에 비하면한낱 지푸라기에 불과하다.”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을 요약했다.“말할 수 있는 것은 명확히 말하고,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그렇다.불변의 도와 하나가 되어,침묵이 말하는 것을 듣는 사람은하느님의 빛을 볼 것이다.그 사람은 꽃을 보고 웃을 것이다.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3, 산티아고 순례길)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3, 산티아고 순례길) o 산티아고 순례길  구녕 이효범 산티아고 가는 길은 무한으로 이어져 있다.허허벌판과 산속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걸어가야 한다.말도 할 수 없는 외로움을 견뎌내야 한다.등에 진 배낭이 자기 재산의 전부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난의 길을 걸어간다고 해도성인이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순례가 아니다.성인의 무덤에서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환희에 젖어 멈추는 것도 순례가 아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끈 것은야고보 성인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평생 나는 나로 살았지만, 나의 숨, 나의 유전, 나의 두뇌,나의 의식, 나의 영혼, 내가 존재하는 의미, 나의 죽음,아,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그러니 나는 너를 모르고,세상이 왜 없지 않..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2, 너의 시간)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2, 너의 시간) o 너의 시간  구녕 이효범 너의 시간을 똥으로 채우지 마라푸른 강물로 채워라겁 없이 직하하는 폭로로 채워라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로 채워라잔잔한 강물 위에 떠가는 휜 구름으로 채워라미루나무 잎을 스치고 내려앉는 바람으로 채워라나루터에서 떠나고 만나는 슬픔과 기쁨으로 채워라시장의 언어로 채우지 마라어두운 영혼을 가진 정치가의 선동으로 채우지 마라너의 시간이 강물로 가득하고, 넘치면어린아이들이 즐거이 헤엄을 치고누군가는 남몰래 찾아와 목 놓아 울 것이다너의 시간을 하늘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로 채워라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사람들처럼금고 속의 황금으로는 채우지 마라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성인 3)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성인 3) o 성인 3 구녕 이효범 붓다,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는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공자는 말린 고기 한 다발로 예의를 갖춘 사람은 출신성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제자로 거두었다. 군자와 소인의 종자가 본래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은 하늘로부터 선한 본성을 부여받았다. “하늘이 명한 것을 性이라 부르고, 성을 따르는 것을 道라고 이르고, 도를 닦는 것을 敎라고 한다.” 누구나 自强不息하면 소인에서 벗어나 인격자가 될 수 있다. 붓다는 전통으로 굳어진 사성제도를 거부했다. 누구나 사문이 될 수 있고, 사문이 되면 평등했다. 니디는 변소 치는 사람이었다. 똥통을 짊어지고 가는 길에, 발을 헛디뎌, 똥물이 붓다의 가사에 튀었다. 붓다는 강에 가서,..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5, 성인2)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5, 성인2) o 성인2 구녕 이효범 붓다,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는 널리 사람을 사랑하였다. 예수는 “너희는 거룩하라.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라는 구약의 최대 규범을, “너희 아버지의 자비하심과 같이 너희도 자비하라.”로 바꾸어 놓았다. 예수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깨닫고, 증언하고, 실천하였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고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에게 가르친다. 너희에게 악을 행하는 사람에게 보복하지 마라. 또 너희는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고 하신 말씀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이다..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4, 성인1)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4, 성인1) o 성인1 구녕 이효범 붓다,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는 다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을 모두 성인이라고 부른다. 왜 그런가?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살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와는 달리 수업료를 받지 않았다. 크산티페가 바가지를 긁어도 저녁에는 빈손으로 집에 들어왔다. 사시사철 맨발로 걷고, 외투 한 벌로 버텨 가난을 가난으로 여기지 않았다. 음식을 나눠주던 한 바라문이 탁발을 기다리는 붓다를 비난했다. “사문이여 나는 당신과 다르게,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다음, 먹습니다.” 붓다가 게송을 읊었다. “말씀은 씨앗, 감관을 지키는 단비, 지혜는 나의 멍에와 쟁기, 부끄러움은 쟁기자루, 삼매는 끈, 정념은 나의 쟁기날과 몰이막대, 몸가짐을 삼가고 ..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2, 인구 감소)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2, 인구 감소) o 인구 감소 구녕 이효범 2022년 우리나라 출산율이 0.78명으로 떨어졌다. 전쟁, 전염병, 대기근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수치이다. 국가가 위기인데도, 정치인들은 말만 할 뿐 여유롭다. 소크라테스가 점잖게 꾸짖었다. “소 치는 사람이 소의 수를 감소시키고, 질이 저하되었는데도, 자기가 서툰 소몰이인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기묘한 이야기가 아닌가요.” 소크라테스의 다음 말은 뻔하다. “나라의 지도자가 시민의 수를 감소시키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기가 저열한 지도자인 것을 알지 못한다면, 더욱 기묘한 이야기가 아닌가요.” 엽공(葉公)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서 물었다. “가까운 데 있는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면 기뻐할 것이요, 먼 데 사람들은 그 ..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1, 증손주)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1, 증손주) o 증손주 구녕 이효범 영화 같은 인생을 살지 못했다. 참으로 다행이다. 첫사랑이 젊은 날 백혈병에 걸려 바다가 보이는 조그만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면 깊은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풀리지 않는 운명의 신비와 싸우다가 붉은 절벽에서 절규하며 뛰어내렸다면 분명히 개죽음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지상에 와서 한 번 산다. 겨울을 겪지 않고 계절을 온전히 말할 수 없듯이 백발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인생을 논하지 마라. 가재, 붕어, 미꾸라지도 반짝이며 산다. 천년을 사는 고목처럼 셀 수 없이 비바람을 견디어 내면 안개 덮힌 길도 제대로 보이고 발등을 찍은 원수까지 안쓰러워진다. 증손주가 학교 갈 때까지 살아라. 무언가 나와 닮은 모습에 웃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