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어 별이 내게 오고(시집) 6

'응'

o ‘응’ 구녕 이효범 네가 무슨 말을 처음으로 할까 오랫동안 궁금해 했다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하기를 은근히 기대도 했다. ‘응’이라고 엄마, 아빠 부를 때는 침묵하던 네가 언아 부르면 ‘응’이라고 은과 아사와도 구별하여 언아 부를 때만 ‘응’이라고 말끝이 올라가며 큰 눈이 성글성글 ‘응’이라고. 그래 ‘응’ 사람은 응답하며 떨어져간다 한 때는 신도 자연도 인간도 모두 하나였으리라 신비한 시간이 그 연결고리를 끊으니 각자는 제 길로 가 인간에겐 고독과 죽음이 오고 노동과 희망이 시작되었다. 이제 ‘응’ 의미있게 말하였으니 너는 네 길로 갈 것이다 네가 대답하기 전 나보다도 귀한 너를 안고 사랑과 기쁨을 노래하였다 노래로 불려 천 년을 이어가는 경전처럼 내 노래가 얼마만큼 네 마음속에 남을지 알 ..

가문

o 가문 구녕 이효범 아이를 키울수록 부모님 생각난다 셋으로도 쩔쩔매는데 일곱을 어떻게 키우셨을까 한 밤 불덩이 되어 쉼 없이 울을 때면 그 옛날 산중에서 얼마나 가슴 조였을까 부모님은 나를 키우셨고 나는 너를 키운다 너는 또 누군가를 키우겠지 우리 몸을 타고 지나가는 이 아슬아슬한 생명줄 위에 우리는 어떤 깃발을 날릴 것인가 부모님은 힘쓰는 벼슬을 원했지만 나는 위대한 철학자를 바라지만 가문을 빛내는 건 한 길만은 아니다 어떤 길이든 원하는 길을 가라 그러나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너는 우리 가문의 한 사람이다 오서산 기슭에 뿌리내렸던 가문 소박하고 화목했으니 지나간 날의 유물이라 버리지 말고 그 가족의 대표임을 항상 기뻐하라

강가에서

o 강가에서 구녕 이효범 인생에 지칠 때는 강으로 오세요 낮은 곳으로 가장 낮게 흘러 빛나는 길을 만들었어요 상처로 상처로 이어진 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요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잖아요 즐거운 마음으로 순응하세요 지난 날이 슬프고 하찮아도 강물처럼 새롭게 흐를 수만 있다면 인생은 살만한 거예요 인생은 살만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