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응’
구녕 이효범
네가 무슨 말을 처음으로 할까
오랫동안 궁금해 했다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하기를
은근히 기대도 했다.
‘응’이라고
엄마, 아빠 부를 때는
침묵하던 네가
언아 부르면
‘응’이라고
은과 아사와도 구별하여
언아 부를 때만
‘응’이라고
말끝이 올라가며
큰 눈이 성글성글
‘응’이라고.
그래 ‘응’
사람은 응답하며 떨어져간다
한 때는 신도 자연도 인간도
모두 하나였으리라
신비한 시간이 그 연결고리를 끊으니
각자는 제 길로 가
인간에겐 고독과 죽음이 오고
노동과 희망이 시작되었다.
이제 ‘응’
의미있게 말하였으니
너는 네 길로 갈 것이다
네가 대답하기 전
나보다도 귀한 너를 안고
사랑과 기쁨을 노래하였다
노래로 불려
천 년을 이어가는 경전처럼
내 노래가 얼마만큼
네 마음속에 남을지 알 수 없지만
부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그 추억은 영원하리라.
그러나 언아
너다워진다고 완전히 남은 아니다
넌 나를 이어가는 또 다른 나이며
우리가 지상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아름다운 동반자이다.
우리 둘이 만들어가는
멋진 세상을 기대해본다
‘응’이라고
분명히 대답하겠지
그렇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