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론 113

21-5. 저절로 자라나는 한울님

21-5. 저절로 자라나는 한울님 동학의 수행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주문을 외우고, 심고心告하고, 경전을 음미하면 된다. 주문은 마음을 가다듬고 소리 내어 되풀이해서 읽는 것을 위주로 하며, 심고는 밥을 먹을 때나 출입할 때에 고하는 것이며, 경전의 음미는 동학의 가르침을 항상 되새기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동학은 영靈을 구하거나, 복을 비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개조될 것을 요구한다. 수운에 따르면 우리 마음속에 있는 한울님과 만날 수 있기 위해서는 ‘시천주’ 주문을 외우면 된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21자 시천주 주문은 ‘지극한 기운이 지금 여기에 이르러 크게 강림하시기를 빕니다. 한울님을 모시면 그 (무궁무진한) 조화가 일어나, 이를 영원토록 잊지 않으면 세상의 모든 일이 알려지게 됩니다(..

인간론 2022.05.20

21-4. 지상신선의 사회

21-4. 지상신선의 사회 수운이 생각하는 이상 사회는 ‘군자 공동체의 사회’, ‘지상 신선들의 사회’이다. 그는 사람이 신선이 될 것을 갈망하였다. 입도入道한 세상사람 그날부터 군자君子되어 무위이화無爲而化될 것이니 지상신선地上神仙 네 아니냐. 나도 또한 신선神仙이라 이제 보고 언제 볼고. 너는 또한 선분仙分 있어 아니 잊고 찾아올까. 그리고 「용담가龍潭歌」에서는 자연과 국토에 대한 사랑을 쏟고 있다. 나도 또한 신선이라 비상천飛上天 한다 해도 이내 선경仙境 구미용담 다시 보기 어렵도다. 수운은 지상 천국을 실현시킬 수 있는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경제적 조건이다. 그러나 경제적 조건은 1차적 문제이며 인간은 경제적 풍요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 두 번째로는 정치 제도적 조건이다. 지상 ..

인간론 2022.05.19

21-3. 시천주

21-3. 시천주 일원적 본체인 지기至氣의 생명력이 가장 찬란하게 나타난 것이 인간이다. 음양이 서로 섞여 비록 모든 만물이 그중에서 출현한다 할지라도, 오직 유일하게 인간만이 최고 신령한 자이다(陰陽相均 雖百千萬物 化出於其中 獨惟人 最靈者也). 지기의 정수精粹인 인간은 한울님을 모심으로써 지기의 진화 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대표적 생명체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우리 자신 속에 한울님이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그 지고의 존재를 지극하게 모셔야 한다. 이것이 시천주侍天主 사상이다. ‘시천주侍天主’라는 말은 『동경대전』의 21자 주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시천주侍天主’에서 ‘시侍’란 섬긴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천주天主’란 우리말의 ‘하느님’ 혹은 ‘한울님’의 한문 의역이다. ‘주主’란 ..

인간론 2022.05.18

21-2. 한울님

21-2. 한울님 동학의 인간관은 한마디로 ‘인내천人乃天’, 즉 ‘사람이 곧 한울님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동학의 창시자 수운이나 그 제자 해월 대에 생겨난 명제가 아니라 동학의 발전 과정 속에서 의암 때 완결된 사상이다. 수운은 ‘시천주侍天主’,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 ‘천심즉인심天心卽人心’, ‘천인여일天人如一’을 말했고, 해월은 ‘사인여천事人如天’을 주로 강조했는데, 이것을 의암이 ‘인내천人乃天’으로 집약한 것이다. 수운은 우주의 실재를 초월적 측면에서는 ‘상제’, ‘천주’, ‘한울님’등으로 지칭하고, 내재적 측면에서는 ‘지기至氣’로 표현하였다. 여기서 ‘지至’란 ‘극極’을 의미함으로써 만물의 본원, 천지의 본체를 뜻한다. ‘기氣’란 허령虛靈이 창창하여 모든 일에 간섭하지 아니함이 ..

인간론 2022.05.17

21. 동학의 인간론

21. 동학의 인간론 “사람이 곧 한울님이다(人乃天).” 21-1. 민중의 자각과 새로운 인간 관념 구한말은 우리나라의 전 역사를 통틀어 모든 면에서 가장 위태로운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이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결국 역사상 최초로 나라의 주권을 일제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외세의 충격 앞에서 지식인 계층은 크게 위정척사파衛正斥邪派와 개화파開化派로 나누어졌다. 위정척사란 바른 도인 성리학을 보존하고 사악한 도인 천주교 더 넓게는 서구문명 전반을 물리친다는 뜻이다. 척사파는 서학을 방치하면 국가의 존망이 위태롭기 때문에 쇄국을 주장하였다. 이에 반해 개화파는 국가의 문호를 개방하여 서구의 근대문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부국강병의 첩경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런 양반층의 대응과 달리..

인간론 2022.05.15

20-6. 수기치인

20-6. 수기치인 율곡이 성인되기 위한 방법을 본격적으로 서술한 저서로는 ?성학집요聖學輯要?가 있다. ?성학집요?는 제왕에게 제왕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이상적인 성인이 되어, 마침내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 수기修己, 정가正家, 위정爲政이라는 절목이 나온다. 이것은 ?대학大學?에서 말하는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과 유사하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본원유학에서 말하는 수기修己, 안인安人(治人) 또는 내성內聖, 외왕外王의 사유를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율곡도 성현의 학문은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의 두 가지에 불과하다고 하여, 자신의 개인적 수양과 함께 남을 다스리는 것을 학문의 목적으로 삼는다. 그러나 학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立志에 있다. 율곡은 지志..

인간론 2022.05.14

20-5. 성인

20-5. 성인 인간이 이룰 최상의 경지를 율곡은 성인聖人이라 하였다. 율곡의 이와 같은 생각은 젊은 시절부터 일관된 것이다. 먼저 모름지기 그 뜻을 크게 하여 성인으로서 준칙準則을 삼을 것이니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하면 나의 일은 마치지 못하는 것이 된다. 처음 학문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맨 먼저 뜻부터 세워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도 성인이 되리라고 마음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만일 조금이라도 자기 스스로 하지 못한다고 물러서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처음의 글은 율곡이 금강산에서 하산하여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강릉에 들러 자신을 환성喚醒시키기 위하여 지은 자경문의 초두에 나오는 글이다. 이때 율곡의 나이는 20세였다. 두 번째의 글은 초학자가 그 방향을 모르는 것을 근심하여 그를 가르..

인간론 2022.05.13

20-4. 인심도심

20-4. 인심도심 율곡이 말하는 인심도심은 사단칠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의意(의지)까지 포함한다. 원래 인심도심이라는 말은 『서경』의 [대우모편]에 나온다. 순이 우에게 임금 자리를 물려주면서 “인심은 위태하고 도심은 미미하니, 정성을 다하고 하나에 집중해야, 진실로 그 중中을 잡을 수 있다.”라는 가르침을 주었다는 내용이 있다. 자기 마음속에 있는 도심과 인심을 뚜렷이 구분하여, 오직 도심으로 중심을 잡고 성실하게 행하여야, 사물에 가장 합당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을 주자가 『중용』의 머리글에서 분석하고 있다. “마음의 허령虛靈과 지각은 한가지이지만, 인심과 도심의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는 형기의 사사로움에서 나오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원래 타고날 때 받은 천성의 올바..

인간론 2022.05.12

20-3. 사단칠정

20-3. 사단칠정 유학의 인성론人性論에 나타나는 중요한 용어는 심心, 성性, 정情, 의意이다. 이 용어에 대한 해석이 학자들마다 다르다. 율곡의 심성정의에 대한 표현은 다음의 두 글에서 나타난다. 천리天理가 사람에게 부여한 것을 성性이라고 한다. 성과 기를 합하여 일신의 주재主宰가 된 것을 심心이라고 한다. 심이 사물에 응하여 밖으로 발하는 것을 정情이라고 한다. 성은 심의 체體이고, 정은 심의 용用이다. 심은 미발未發과 기발己發의 총명總名이므로, 심은 성과 정을 통괄統括하는 것이다. 성은 심의 이理이고 정은 심의 동動이다. 심이 동한 후에 정으로 연 緣하여 계교較計하는 것이 의意가 된다. 만일 심과 성이 둘이라면 도道와 기器가 서로 떠날 수도 있을 것이며, 정과 의가 둘이라면 인심人心에도 이본二本이 ..

인간론 2022.05.11

20-2. 이통기국

20-2. 이통기국 율곡의 이기관에서 이통기국理通氣局의 사상은 매우 특이하다. 율곡은 퇴계의 이발설理發說이 옳지 못함을 입증하기 위하여 이통기국설理通氣局說을 제시하였다. 통通이란 이가 무형성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어 갖게 되는 이치, 원리, 이념적 성격을 말한다. 또 국局이란 기가 유형성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받게 되어 갖게 되는 사실 또는 질료적 성격을 말한다. 결국 이통기국은 존재하는 것들이 갖고 있는 모습, 즉 형상形上과 형하形下가 하나로 묘합된 형상을, 본체(體)와 유행(用)의 관점에서 파악한 이론이다. 이것은 그의 우주론과 인성론을 일관一貫하고 있다. 이기설에서 우주론적으로 말해지는 이는, 그것이 개체個體에 들어오면 성즉리性卽理라 하여 성性이라고 말한다. 그런..

인간론 202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