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3, 산티아고 순례길)
o 산티아고 순례길
구녕 이효범
산티아고 가는 길은 무한으로 이어져 있다.
허허벌판과 산속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걸어가야 한다.
말도 할 수 없는 외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등에 진 배낭이 자기 재산의 전부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난의 길을 걸어간다고 해도
성인이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순례가 아니다.
성인의 무덤에서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환희에 젖어 멈추는 것도 순례가 아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끈 것은
야고보 성인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평생 나는 나로 살았지만, 나의 숨, 나의 유전, 나의 두뇌,
나의 의식, 나의 영혼, 내가 존재하는 의미, 나의 죽음,
아,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
그러니 나는 너를 모르고,
세상이 왜 없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인의 무덤에서 다시 배낭을 추스르고
울면서 떠나는 것이 순례이다.
성인이 걸어가지 않은 길, 나의 길을
어둠 속에서 찾아가는 것이 바로 순례이다.
산티아고에 가는 순례길은 없다.
산티아고에서 나오는 순례길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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