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4. 지렁이) o 지렁이 또박, 이효범 하느님을 사모하는 사람은 지렁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물고기를 잡는 미끼가 되기 위해 지렁이가 사는 것이 아니다. 용도 아니고 뱀도 아니며 더더욱 고구마도 아닌 오, 놀라워라 지구의 선한 청소부. 몸은 새의 먹이가 되고 똥은 채소의 퇴비가 되어도 억울하.. 이효범의 시 2019.09.09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5) o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5) 구녕, 이효범 아름다운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월요일이 되었는데도 갈 곳이 없습니다. 눈은 이미 4시 반이면 어김없이 떠져서, 5시에 고정시킨 알람을 끌 만반의 준비를 벌써부터 하고 있다가 쉽게 그 막중한 임무를 완수하였습니다. 그런데 세수.. 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2019.09.03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3, 공주에서 사는 일) o 공주에서 사는 일 또박, 이효범 강에서 사는 일은 축복이다. 인류의 문명이 강에서 발원했기 때문이다. 나라의 수도에서 사는 일은 더 큰 축복이다. 민족의 자존심이 지켜지기 때문이다. 영광이 지난 고도에서 사는 일은 최상의 축복이다. 별처럼 지혜가 반짝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피.. 이효범의 시 2019.08.29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2, me too) o Me too 또박, 이효범 하늘에서 내려와 금강산 계곡물에서 막 목욕하고 나온 선녀처럼 너는 참 예쁘구나. 나무야, 이리 오렴. 벗은 몸을 만질 수 있을까? 나는 이미 도끼를 버렸다. 아름다운 몸은 도덕을 초월한다. 나는 평생 도덕을 말해 왔지만 도저히 도덕적일 수가 없구나. 안개 낀 새벽 .. 이효범의 시 2019.08.25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 o 소파에 대한 예의 또박, 이효범 눕지 말고 앉아라. 침대가 아니다. 당당한 소파다. 물론 당신을 위한 도구이다. 당신이 허리를 펴고 앉아 신문을 볼 때 소파는 하나의 가구가 된다. 당신이 직장에서 무너져 구부려 울 때 소파는 소가 되어 함께 따라서 운다. 과일그릇을 함부로 올려놓지 .. 이효범의 시 2019.08.18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4) o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4) 구녕, 이효범 어제는 제자들이 정년퇴임식을 해주었습니다. 김영란법 때문에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행사도 폐지되는데 고마웠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무엇 하나 제자들에게 잘해준 것도 없는데 뻔뻔한 얼굴로 나가려니 참으로 미안했습니다. 차를 타고.. 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2019.08.18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3) o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3) 구녕, 이효범 더위가 절정입니다. 새벽에 일어나니 얼굴이 땀으로 범벅입니다. 우리의 정치 지형은 150년 전 구한말로 돌아간 듯싶고 날씨마저 폭력스러우니, 여름이 다 그렇지, 세상이 어디 편할 날이 있었나 하다가도 마음은 아주 심란합니다. 공직에서 떠나니 .. 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2019.08.17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2) o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2) 구녕 이효범 새벽에 일어나 편지를 씁니다. 인생에 단 한편이라도 좋으니 국민에게 영원히 애송되는 시를 쓰겠다. 그러기 위해 수도자처럼 가장 맑은 정신으로 한 문장을 건져 올리겠다. 그런 각오로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고등학교 동.. 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2019.08.17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1) o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1) 구녕, 이효범 어제는 비바람이 세찼습니다. 잘 들 지내시죠. 여기는 세종입니다. 본래 세종은 조치원을 중심으로 하는 연기군 지역입니다. 연기군에는 동면, 서면, 남면, 북면, 금남면, 전의면, 전동면이 있었는데, 노무현 정부가 금남면 장남평야를 흐르는 금강 .. 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2019.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