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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8(부르고스)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8(부르고스)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8(부르고스)  구녕 이효범  버스를 타고 개구멍으로 부르고스에 왔다. 걸어서 2, 3일 걸릴, 무려 70km를, 단돈 5.33유로를 내고, 1시간 만에 건너뛴 것이다. 배낭 뒤에 단 순례자를 상징하는 조개는 배낭 안으로 집어넣었다. 10시 25분에 고개를 숙이고 탔는데, 나 같은 일행이 또 있었다. 더 가니 여러 마을에서 순례자들이 타서, 버스는 빈자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 차는 순례길이 있는 마을을 통과하기 때문에, 순례길이 보이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한다. 길 위는 점점이 순례자들로 이어진다. 풍광은 어제와 비슷했지만, 부르고스 가까운 지역은 숲으로 둘러싸인 꽤 넓은 산지가 전개되었다. 저곳을 힘들게 넘을 순..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7(산토 도밍고 데 라 같사다)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7(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7(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구녕 이효범  그림 같은 길을 5시간 동안 꿈속처럼 걸었다. 길은 평화롭고, 두드럽고, 아름다웠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축복이 가득하였다. 왼쪽으로는 높은 산에 눈이 쌓여 햇살에 더욱 희게 반짝거리고, 고원에서 내려다보이는 광활한 주위는 가슴을 뻥 뚫어주었다. 가난한 성자도 이 길을 걷는 동안은 아마 근심을 내려놓았으리라.  인가 없는 길을 감탄하며 두 시간을 완만하게 올랐다. 고개 위 쉼터에서 한 중년이 인사를 한다. “어젯밤 어르신이 같이 잔 저녁이 제 아들입니다”라고 말한다. 어제 알베르게에서 한 청년과 잤다. 그는 두 번 이 길을 걸었고, 이번에는 결혼..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6(아조프라)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6(아조프라)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6(아조프라)  구녕 이효범  비가 제법 세차다. 나는 지난번에 비난한 바가 있어 망설였다가, 동키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세상에 내가 모르는 일을 함부로 비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게 필수적인 도구를 남에게 의존하는 것이 순례의 본질에 어긋나는 일인가? 나는 확실히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어쩐지 순수성을 잃은 것 같아, 기분이 우울했다.  빗속을 걸으니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風餐露宿’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러나 무거운 짐을 벗으니 날아갈 것 같다. 낙타에서 사자가 되었다. 나바레테에서 나헤리를 거쳐 아조프라를 가는 주변은 포도밭이 집중적으로 펼쳐졌다. 비록 우아한 고성은 없었으나 프랑스 보르도 셍테밀..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5(나바레테)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5(나바레테)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레길 15(나바레테)  구녕 이효범  팜플로나가 중심인 나바라 지방을 지나면 라 리오하(La Rioja) 지방이다. 리오하도 나바라처럼 하나의 주로만 이뤄진 자그마한 지방이다. 들어서자마자 바로 만나는 에브로 강을 건너면 주도인 로그로뇨(Logrono)이다.  나는 새로운 고장이나 새로운 도시에 들어설 때는 약간의 떨림이 있다. 마치 새 책을 사서 처음 뜯어보는 감정이라고나 할까? 이 책에는 무엇이 쓰여져 있을까? 몰입하여 끝까지 읽을만한 가치가 있을까? 아니면 곧 실망하여 던져버릴까? 하나의 도시도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산 사람들이 피땀으로 쓴 책이다. 우리는 어떤 책이나 도시를 고전이나 명품 도시라고 평가 할까?  ..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4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4 (비아나)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4 (비아나)  구녕 이효범  아침에 순례길에 들어서면 재미있다. 마을에 산재하여 머물던 순례자들이, 도랑물이 모여 냇물을 이루듯이, 다 같이 쏟아져 들어와 한 무리가 되어 걷는다.  어제 마지막 행운으로 묵은 알베르게는 알고 보니 관립으로 운영되는 ‘이삭 산티아고 알베르게’였다. 8유로를 냈다. 꽤 큰 시설이었다. 나는 본관이 있는 홀에 들어갔는데, 2층에 여러 홀이 서로 개방되어 연결되어 있었다. 마지막 조그만 홀에 들어가니 2층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각각의 침대마다 짐은 놓여 있는데 사람들은 없다. 나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끌고 성안으로 다시 들어가 간단히 샌드위치로 저녁을 때웠다. 들어오는 발길에 옆을..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타이고 순례길 13(로스 아르코스)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3 (로스 아르코스)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3(로스 아르코스)  구녕 이효범  아침 7시에 식당에 내려가니 먼저 와 식사를 하던 우리나라 노처녀가 반갑게 손짓을 한다. 쾌활한 모습이다. 혼자라도 이렇게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행복해한다. 그리고 여기 여주인이 다음 숙소를 예약하여 오늘은 근심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여, 식사 후 나도 부탁했다. 여주인은 열심히 찾더니 난감해한다.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모든 숙소가 완전히 차서 예약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미안해한다. 나는 씩씩하게 말했다. “누군가가 나를 이곳으로 불렀으니, 누군가가 재워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문밖에 나가니 코끝이 찡하고, 찬 기..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2(비야투에르타)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2 (비야투에르타)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2 (비아투에르타)  구녕 이효범  오바노스에서 8시에 길을 나섰다. 부슬비가 내린다. 어제는 참으로 춥게 잤다. 오바노스 다음에 더 큰 마을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혹시 빈 호스텔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발바닥이 걱정되어 여기서 멈추었다. 그런데 호스텔은 중세의 성처럼 묵중하게 돌로 지어졌는데 난방 시설이 없다. 오싹했다. 저녁을 먹으려고 나오니 식당이 없고 바만 하나 불이 켜져 있다. 들어가니 이곳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들다가 일시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식사를 할 수 없어, 마트에 들려 물 한 병, 사과 하나, 오렌지 2개, 긴 막대기 같은 빵, 그리고 주인이 추천한 돼지고..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1(오바노스)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1(오바노스)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타이고 순계길 11(오바노스) 구녕 이효범 8시에 길을 나섰다. 영상 3도, 쌀쌀하다. 순례자는 마구간에서 나가야 하는데, 집주인의 안방에서 나가니 참으로 민망하다. 바닥에 새겨진 조개 모양 순례길을 따라 구도심을 당당하게 빠져나가려니, 갑자기 중학교 때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온다. 큰형님이 공무원이 되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광천에서 대전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나는 광천에서 초등학교를 다 마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전의 명문 대전중학교에 입학했다. 개학하는 날 쭐레쭐레 학교에 가는데, 선배가 빠르게 가는 길이 있다고,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그래서 나는 멋도 모르고 운동장으로 난 개구멍을 통해 교실로 들어갔다. 내가 지금 쓰고..

카테고리 없음 2024.04.24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10(팜플로나2)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0 (팜플로나2)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10 (팜플로나2) 구녕 이효범 어제 팜플로나에 오는 길은 첫날처럼 고난의 행군이었다. 수비리에서 안 떨어지는 발걸음을 끌며 끌며 오다가 언덕에서 쉬고 있는데, 나보다 한 10년쯤 젊어 보이는 우리나라 중년 남자가, 혼자 지나가다가 말을 건다. 요즘 이 순례길에 단체 여행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그들은 일정한 구간을 걷고 일정한 구간은 차로 이동한다고 한다. 조금 전에 수비리에도 집단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또 이런 여행상품은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일전에 어떤 성당에서 사기꾼들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관광상품을 소개하고 선수금을 받더니 도망친 경우가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소문이지 설마 그런..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9(팜플로나 1)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9(팜플로나1) o 인문학으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9(팜플로나1) 구녕 이효범 8시에 길을 떠나자고 생각했는데 막상 문을 열고 나가니 7시 50분이다. 나이가 드니 느긋함이 사라진다. 기분은 상쾌하나 아침에는 찬 기운이 남아있다. 처음 30분 정도 걸으니 조그만 마을이 나오고 고개로 이어진다. 무엇인가 요기할 곳을 찾았으나 아무 곳도 문을 여는 가게가 없다. 고개 너머에 또 마을이 있겠지, 쉽게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산길로만 이어진다. 산 밑으로는 마을이 보였지만 내려갈 수는 없다. 그렇게 굶은 채 수비리(Zubiri)에 왔다. 정오에 가깝다. 다행히 쭉 내려오는 길이라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4시간을 걸으면서 롤랑을 생각해 보았다. 어제그저께 피레네산맥을 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