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37, 불안)
o 불안
구녕 이효범
하나님은 세상을 만들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재앙이 아니고, 평안을 주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삶에 필요한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불신이다.
그래서 예수는 외친다.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우리 목숨은 음식보다도 의복보다도 더 중요하다.
공중의 새나 들판의 백합은 수고도 하지 않으나 잘 산다.
인간 목숨이 이것들보다 더 귀중하다.
그러니“너희는 먼저 하나님이 나라와 그의 의(義)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예수는 간곡하게 당부한다.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
신이 존재하지 않는 붓다에게 불안은 실존적이다.
사바(娑婆)세계에서 생로병사의 괴로움은 피할 수 없다.
더 나아가 미운 이와 만나는 것,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 그리고 번뇌가 치성하는 이 삶 자체가 불안이다.
그러나 불안은 사람을 파멸시키기도 하지만 고양시키기도 한다.
한 생각이 바뀌면 번뇌가 곧 보리이다.
그래서 붓다는 말한다.
“세상살이에 고난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고난이 없으면 교만과 자랑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이것은 모두를 속이고 억압하게 된다.
고난이 허망한 것을 알면, 고난이 나를 상하게 하지 못한다.
근심과 고난으로 해탈을 삼으라.”
공자의 불안은 다분히 인격적이다.
공자는 인자(仁者)인 군자를 추구했다.
사람이 인하지 못하면 곤궁함도 오래 견디지 못하며,
즐거움도 오래 누리지 못한다.
인한 사람만이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미워할 수 있다.
그래서 공자는 말한다.
“남이 나를 몰라 줄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할까 걱정해야 한다.”
그래서 군자는 “관직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것을 근심해야 한다.
자기를 알아주지 아니함을 근심하지 말고,
자기를 알아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사랑)로 불안을 극복하려고 한다.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그리는 사랑은 욕망이다.
사랑은 특별히 결핍을 느끼는 어떤 대상에 대한 결정된 욕망이라는 것이다.
이런 에로스는 불완전하며 결핍이다.
풍요와 빈궁 사이, 지식과 무지 사이, 행복과 불행 사이,
그래서 방랑자 보헤미안의 아들 에로스는, 언제나 결핍을 느끼면서 길 위를 떠돌며 방황한다. 그것이 사랑의 진실한 모습이다.
사랑의 본질인 욕망과 결핍은 충족되는 순간 더 이상 욕망과 결핍일 수 없다.
그러므로 욕망과 결핍은 만족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사랑의 패러독스가 있다.
결핍이 지배하면 사랑의 고통이 오며, 결핍이 충족되면 사랑은 끝난다.
이런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 소크라테스는 등반식(登攀式) 변증법을 제시한다.
등반식 변증법의 사랑이란 사랑을 따라가되 사랑에 빠지지 않고,
사랑의 명령에 순종하되 사랑에 갇히지 않음으로써,
사랑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한 육체를 사랑하며 거기서 아름다운 언설(言說)을 낳아야 합니다.
그다음엔 한 육체의 아름다움이 다른 육체의 아름다움과 비슷하다는 것과,
또 모든 육체의 아름다움이 결국 한 가지 것임을 믿지 않는 것이,
크게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이것을 깨닫게 되면, 모든 아름다운 육체를 사랑하는 자가 되어,
한 육체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여 그것이 지극히 적은 것이라고 믿음으로써,
그 한 육체에 대한 강렬한 정욕에서 해방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다음엔 정신의 아름다움이 육체의 아름다움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믿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하여 누구든 정신이 아름다운 사람이 있으면,
설사 그 용모가 그다지 환하지 못할지라도 만족하여, 사랑하고 보살펴 주며,
그리하여 자식을 낳고,
또 그 젊은이들을 훌륭하게 해줄 만한 거리를 찾아 이야기해 주어야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여러 가지 제도와 법률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보게 되며,
또 모든 아름다움이 결국 하나의 연줄로 서로 결부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되며,
따라서 육체의 아름다움이란 것이 보잘 것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다음에 그는 제도나 법률 같은 것으로부터 지식에로 나아가,
여러 가지 종류의 지식 속에 있은 아름다움을 보아야 합니다.”
사랑의 등반은 마침내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하는 것에서 끝난다.
결국 사랑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종교이다.
거기서 불안도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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