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39. 걷기)
o 걷기
구녕 이효범
“붓다여! 당신은 80세를 사셨습니다.
그 당시로서는 참으로 오래 사셨습니다.
무슨 장수의 비결이라도 있나요?“
붓다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나는 35세에 도를 깨달은 후에,
45년 간 집도 없이 길 위를 걸었습니다.
우기(雨期) 3개월 동안은 유행(遊行)을 중지하고 명상했습니다.
먹는 것도 일곱 집에서 얻은 적은 공양으로 만족했습니다.
한 번은 비란다국 성문 밖에 머물 때였습니다.
이 나라 비란야왕이 3개월 동안 공양을 중지시켰습니다.
나와 498비구는 말먹이 보리로 만든 밀개떡만 먹었습니다.
걷기와 소식과 명상이 장수의 비결인지 모르겠습니다.”
“장수라면 73세를 산 공자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공자님도 한마디 해주십시오.”
“14년 간 천하를 주유했으니, 걷기라면 나도 자신 있습니다.
진나라를 주유할 때는 식량이 떨어졌습니다.
자로가 화를 내며, ‘군자가 곤궁할 때가 있습니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은자처럼 자신을 지키려고 세상을 도피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구제하려고 온몸을 바쳐 동분서주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천지자연의 도에 귀를 기울인 것도 사실입니다.
제자 증석이 ‘늦은 봄철에 봄옷을 갖추어 입고,
늙고 젊은 친구 몇몇과 맑은 기수(沂水)강에서 목욕한 다음,
무운대 언덕에 올라, 시원한 바람이나 쏘이면서,
시를 읊고 노래를 불렀으면 한다.‘는 말을 듣고 무릎을 쳤습니다.
이런 열정과 순수가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요.”
“소크라테스여, 당신은 감옥에서 독배를 마셨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 죄송하나, 그때 당신은 이미 70세였습니다.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죠.“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는 호탕하게 웃었다.
“독배를 마시지 않았다면 아마 100세는 살았을 것입니다.
나는 석공의 아들로 튼튼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열심히는 아니지만 석공 일도 했습니다.
나는 맨발로 돌아다녔으며, 잔치에서 술을 가장 많이 들이키고도,
가장 말짱한 정신으로, 가장 늦게까지 토론하다가,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또 40년 어린 아내와 아들 셋을 두기도 했습니다.
앞에서 두 성인이 걷기를 자랑했지만,
나도 아테네를 위해 보병으로, 그것도 세 번이나 참전했습니다.
한 번은 패전하여 후퇴할 때, 나의 침착한 대처로 패주하지 않고,
무사히 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나는 장소를 불문하고 사색을 즐겨 합니다.
아마 이런 것들이 건강에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예수여, 미안합니다.
33세에 십자가에 못 박힌 당신에게는 건강을 묻지 못하겠습니다.“
“아니요, 그럴 것이 없습니다.”
예수는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십자가에서 하늘로 일찍 올라간 일이,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유익했습니다.
나는 아담 이래 하나님의 형상을 잃은 몸이 오래 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나의 십자가형으로 원래 사망할 수밖에 없던 인간들이,
죄 사함을 받고, 영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의 세 성인들처럼, 나도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결혼도 하지 않고, 3년 동안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로마의 식민지 땅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사람들을 치료하고, 가르치고, 기적을 보이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였습니다.
나의 제자들은 걸어서 땅끝까지 복음을 전했습니다.
오늘도 새로운 영혼을 갈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가 걸어갔던 길을 순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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