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론

21-4. 지상신선의 사회

이효범 2022. 5. 19. 07:00

21-4. 지상신선의 사회

 

수운이 생각하는 이상 사회는 군자 공동체의 사회’, ‘지상 신선들의 사회이다. 그는 사람이 신선이 될 것을 갈망하였다.

 

입도入道한 세상사람 그날부터 군자君子되어 무위이화無爲而化될 것이니 지상신선地上神仙 네 아니냐.

 

나도 또한 신선神仙이라 이제 보고 언제 볼고. 너는 또한 선분仙分 있어 아니 잊고 찾아올까.

 

그리고 용담가龍潭歌에서는 자연과 국토에 대한 사랑을 쏟고 있다.

 

나도 또한 신선이라 비상천飛上天 한다 해도 이내 선경仙境 구미용담 다시 보기 어렵도다.

 

수운은 지상 천국을 실현시킬 수 있는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경제적 조건이다. 그러나 경제적 조건은 1차적 문제이며 인간은 경제적 풍요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 두 번째로는 정치 제도적 조건이다. 지상 천국이 실현되려면 평등하고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 조건은 정신적 조건이다. 사람은 종교적 신앙을 통한 정신 향상과 인격 완성을 이루어야 한다. 즉 사람은 천도天道를 밝히고 천덕天德을 닦아 군자가 되어 지극한 성인에 이르러야 한다.

수운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악질惡疾이 만연하는 불행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실제적인 질병이 창궐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가 보기에 그 보다는 인간 차별과 학대, 가치관의 혼란, 이기주의의 팽대, 물질적 행복의 추구 등 부정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리하여 새 사회와 참 인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혁명적인 변혁이 필요했다. 그것을 그는 후천개벽後天開闢이라고 명명하였다. 동학에서 선천과 후천은 수운이 득도한 1860(庚申) 45일을 기점으로 나누어진다. 선천은 한울님이 천지를 열고자 노력하였으나 공이 없는(勞而無功) 기간이었다. 수운은 자신이 살던 시대를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는 바로 직전의 시대라고 해석한다. 그는 말세가 오는 증거로 서구의 열강이 침략해 오고 앞으로 온 국토에 괴질이 가득하리라는 것을 제시했다.

수운이 말하는 후천 개벽 사상은 해월과 의암에 의해 구체화되고, 이것은 천도교의 대표적 사상가인 이돈화李敦化에 의해 ?신인철학新人哲學?에서 3대 개벽설로 제시되었다.

3대 개벽의 첫째는 정신개벽이다. 정신개벽이란 사상 개조를 의미한다. 이 개벽을 해야 다른 모든 개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것은 일종의 모든 개벽의 준비 행위이다. 사람이 한 시대를 살면서 그 시대의 사회적 결함을 알고서 우는 자는, 그 시대를 먼저 밝게 본 정신 개벽자이다. 수운은 득도한 45일에 정신개벽의 표어를 세우고 나는 후천後天 천황씨天皇라고 선언했다. 이 말은 후천의 시조라는 말이다. 즉 썩은 관습에서 살지 말고, 새 이상과 새 주의 아래서 새 혼을 가지라는 말이다.

둘째는 민족 개벽이다. 민족 개벽이란 민족의 문화와 생활 정도를 향상 발전시키자는 개벽으로, 이것은 이상주의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기초가 된다. 그것은 민족에 따라 문화 수준, 정치, 윤리, 도덕, 관습의 차별이 있을 것이므로, 먼저 민족 개벽 후에 인류 전체가 세계 일가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족들 간의 불평등이 없어야 민족들은 서로의 평화를 보장받게 된다. 이돈화는 당시의 우리나라를 거인의 시체에 비유한다. 이 시체에 혼을 환기한 것이 최제우가 창도한 수운주의水雲主義라는 것이다. 그래서 수운을 통해 후천이 시작되었으며, 수운주의에 의해 한국의 혼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돈화는 민족적 견지에서 세계 일가世界一家의 해방을 얻고자 하면 그 이론적 보조는 민족에 표준을 두어야 하며, 민족주의를 실현하여 민족의 지위 향상이 급선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교의 폐단에서 초래된 숭문배무崇文排武의 나약한 원기를 회복해야 하며, 불교의 출세간적 선인 행위仙人行爲 등을 미워하고, 동적 도덕을 고조해야 한다고 보고, 이 운동을 통해 민족 개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셋째는 사회 개벽이다. 이것은 이상적 낙원 세계의 건설을 의미한다. 그런데 수운이 새로운 지도 원리인 천도로서 개혁하려고 한 사회는 유물론자들의 이상향인 물질적 분배의 사회가 아니라, 시천주로서 도성덕립道成德立된 군자들의 사회, 지배적 통치 제도가 아닌 윤리 도덕적, 자리自利 통제적 사회를 말한다.

수운은 보국안민輔國安民((나라 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 포덕천하布德天下(한울님의 덕을 세상에 펼친다), 광제창생廣濟蒼生(고통에 헤매는 민중을 널리 구제한다)의 기치를 높이 들면서 모든 개벽을 부르짖었다. 이것을 이돈화는 보국은 민족 개벽이요, 안민은 사회 개벽이요, 포덕천하는 광제창생지상 천국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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