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론

6-2. 인간 해방을 위한 철학

이효범 2021. 12. 14. 07:52

6-2. 인간 해방을 위한 철학

 

1920년대에서 30년대에 걸쳐 ?경제 철학 수고??독일 이데올로기?로 대표되는 마르크스의 초기 저술들이 공개되었다. 이 저술들을 통해 청년기의 마르크스는, 혁명가로서 살벌한 계급투쟁을 부르짖은 성숙기의 마르크스와는 다르다는 견해가 제기되었다. 이 속에서 마르크스가 인간의 개체성에 관해 일가견을 갖고 있었음이 발견된 것이다. 이것은 정통 마르크스 후계자들이 미처 접하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그러므로 마르크스의 이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논쟁은 근본적으로 삼파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1부류는 마르크스의 소위 초기 휴머니즘이 성숙기의 저작 속에서 분명히 지양止揚된 것으로 간주하는 입장이다. 그 대표자로는 알튀세Louis Althusser와 그의 학파들이다. 2부류는 사르트르Jean-Paul Sartre와 같이 이에 반대해서 마르크스는 기실 개인에 관해 아무런 이론을 갖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마르크스의 철학은 붕괴의 위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3부류는 폴란드의 샤프Adam Schaff와 같이 마르크스의 초기 철학에는 중요한 인간관이 함축되어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제 마르크스주의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이 함축되어 있는 견해를 재구성하고 발전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3부류와 같이 마르크스주의를 휴머니즘적 입장에서 재해석하려는 시도에도 여러 복잡한 이유들이 들어있다.

첫째 이유는 소련형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면서 마르크스주의의 인간주의적 취지를 강조하려는 것이다. 소위 서구형 마르크스주의 또는 신마르크스주의라고 불리는 흐름이 그런 이유에서 나왔다. 이 유파는 어디까지나 마르크스주의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소련에 이식된 마르크스주의의 비인간주의적인 편향을 지적하려는 경향을 띠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마르크스주의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도 관심을 끈다. 이것이 마르크스주의를 휴머니즘으로 풀이하려는 사조가 널리 영향력을 미치게 된 두 번째 이유가 된다. 즉 마르크스주의를 휴머니즘으로 해석하려는 입장이 반마르크스주의에 관심이 되는 것은, 소위 마르크스 레닌주의가 안고 있는 자기모순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르크스의 전후기 사상의 관련성을 어떻게 해석하든지 간에, 청년 마르크스와 노년 마르크스를 통틀어서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 최우선의 주제는 인간 해방人間解放이었음이 틀림없다. 마르크스는 이미 17살 김나지움을 졸업하면서 직업선택에 대한 한 젊은이의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이 점을 밝히고 있다. “만일 사람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 활동한다면 그는 유명한 학자나 위대한 현자, 또는 탁월한 문학가일 수는 있으나 결코 완전한 인간, 진정으로 위대한 인간일 수는 없다. (---) 온 힘을 다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택한다면, 그 어떤 시련도 우리를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다. (---) 우리는 초라하고 제한된, 이기적인 기쁨을 향유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수백만 명의 행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년의 마르크스도 인간해방을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하에서 인간은 결코 해방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속에서 인간은 결코 소외疎外라는 질병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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