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론

5-5. 합리화

이효범 2021. 12. 9. 18:58

5-5. 합리화

 

베버에 따르면 근대 서구 사회의 주요한 특징은 합리화이다. 근대 사회를 특징짓는 이 합리화는 목적합리적(zweckrational) 행위의 영역의 확대에 의하여 표현되고 있다. 경제적 기업이 합리적이고, 관료제에 의한 국가의 관리가 합리적이며, 전체로서의 사회가 목적합리적 조직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네 가지 행위 유형을 구분했다. 여기서 행위(action)는 행동(behavior)과 구별된다. 개인의 행동이 자기의 견해나 관점에 기초하고, 특정한 의도와 의미를 가지게 될 때, 그것을 행동이 아닌 행위가 된다. 첫째, 목적에 관계된 합리적 행위(목적합리적 행위)로서, 이것은 다리를 건설하는 기사, 증권 거래소에서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투기자, 승리하기를 원하는 장군의 행위이다. 이 행위는 행위자가 그 목적을 명백히 하고 그것을 달성하려는 수단과 결부시키는 사실로서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다.

둘째, 가치에 관계된 합리적 행위(가치합리적 행위)는 자기의 배와 함께 침몰하는 용감한 선장의 행위와 같은 것이다. 그 행위가 합리적인 것은 그것이 어떤 일정한 외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니라, 침몰하는 자기 배를 포기하는 것은 불명예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위자가 이 모든 위험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외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명예라는 가치에 충실하기 위해서이다.

셋째, 감정적 행위는 이를테면 축구 경기에서 한 선수가 자제력을 잃고 주먹질을 하는 것과 같이, 어느 주어진 상황에 놓여진 행위자가 감정적 반작용을 하는 행위이다.

마지막으로, 전통적 행위는 관습, 습관과 제2의 천성이 되어 버린 신념에 의해서 움직이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이런 행위자는 그가 익혀온 조건 반사와 같은 행위에 단순히 따를 뿐이다.

이런 행위 가운데 목적합리적 행위는 프랭클린의 자서전에 잘 나타나 있다. 시간과 신용도 모두 돈이라고 생각한 프랭클린은 근면과 검약이라는 덕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오로지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될 수 있는 대로 쓸데없는 낭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다시 투자로 돌려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또한 신중(prudence) 또는 주도 면밀(circumspection)이라는 덕성을 중시한다. 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선택이나 그 실천의 순서가 인과 관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정신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이 목적합리적인 의식이 강력한 가치합리적 의식의 도움을 받아, 중산적 생산자층에 속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전통주의와 그것에 얽혀 있는 여러 가지 습관을 버리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그들을 근대의 합리적 산업 경영의 건설에 적합한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을 몸에 익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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