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루오 브렌타노의 비판
베버는 동일한 인간의 행동 양식을 유형화하여 포착한다 해도 그것을 단순히 외부적인 사회 현상으로서만 포착하지 않고, 그와 같은 행동 양식을 내면에서 지탱하고 있거나 밀고 나가는 의식 형태 또는 관념 형태, 특히 윤리 의식의 문제를 포함한 인간 유형론을 구성하고자 하였다. 이것이 바로 베버가 말한 에토스Ethos론의 특징이다.
베버는 이런 입장에서 근세 초기인 16~17세기로부터 18세기에 걸쳐서 영국이나 미국 그리고 서유럽에서 합리적인 가격 메커니즘 혹은 정상 가격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지는 시장 기구를 구축하여, 그것을 토대로 해서 합리적인 산업 경영과 그 노동 조직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사고나 행동을 추동시키고 있었던 에토스를 ‘자본주의의 정신(Geist des Kapitalismus)’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자본주의의 정신은 중세 그리스도교의 수도원의 수도자의 정신이나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에서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 칼뱅파(Calvinism)나 침례파 운동(Baptist Movement)의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의 종교적 에토스(윤리)로부터 유래했다고 보았다.
기도, 금욕, 노동이 중심이 된 중세 수도원의 수도자들의 삶은 속세를 떠난 수동적인 삶이기 때문에 진정한 자본주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루터가 외친 믿음, 경건, 노동은 합리성 보다는 감성적 경향이 강했고, 노동 및 이익 창출에 있어서 그 의지가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이 또한 자본주의 정신과도 맞지 않았다. 그러나 칼뱅파 등 프로테스탄티즘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어떠한 종교의식이나 주술 등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하느님 앞에 선 개인 영혼의 철저한 고독을 보았고, 인간의 욕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금욕하고 노동하며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인간의 사명이라고 믿었다. 베버는 이런 정신이 자본주의를 가져왔다고 보고 그 양자 간의 발생사적인 연결을 논증하려고 한다.
이런 논증에 대해 많은 경제학자나 역사학자들이 비판을 하였다. 이런 비판의 원형이라고 할 만한 것이 독일의 신역사학파의 경제학자인 루오 브렌타노Lujo Brentano의 비판이다. 그는 “퓨리터니즘과 자본주의”라는 논문에서 두 가지 근거를 가지고 베버를 비판한다.
A) 근대 자본주의 경제가 토대로 삼고 있는 원칙은 영리營利이다. 결국 자본주의란 이윤 추구利潤追求를 인정하는 경제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본주의 경제를 만들어 낸 사람들은 이러한 자본가들이다. 또한 그들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영리욕’ 또는 ‘최대한의 이윤을 획득하려는 노력’으로 휘몰아 대는 정신, 아니 오히려 탐욕이라 할 만한 것이 바로 ‘자본주의 정신(Kapitalischer Geist)’의 본질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자본주의 정신이 기독교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기독교 자체가 영리욕을 고무시켰다든가 돈을 벌라든가 탐욕에 젖으라든가 하는 등으로 가르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즉 중세의 가톨릭 교회는 이자를 받거나 폭리를 탐하는 일을 금지하고 단속했다. 그런데 종교 개혁 이후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경우에는 그 점에 있어 놀랄만큼 이완되어 오히려 점차 그것에 탐익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영리욕이 점차 그러한 종교적 속박으로부터 해방되고, 드디어 종교적 속박으로부터 좌우되지 않게 되었다. 그와 같이 해방된 영리욕이 자본주의 정신이고 그것이 자본주의를 만들었다.
B) 자본주의 경제는 영리 경제, 이윤 추구의 경제이다. 14~15세기의 북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에서도 자본주의 경제 현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메디치가를 중심으로 한 피렌체에서는 모직물 공업이 발달했고, 피렌체 상인들은 전 유럽적인 규모로 상업이나 금융업을 전개했다. 그런데 이 시기는 종교 개혁 이전의 시기이다. 그렇다면 베버의 주장과는 달리 자본주의의 발전이 그것의 원동력이 되는 ‘자본주의 정신’의 출현보다 시간적으로 앞선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베버의 이론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비판은 베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베버는 자본주의 정신의 담당자를 브렌타노처럼 자본가 혹은 기업가로 한정시키지 않고, 노동자 혹은 임금 노동자 그리고 소생산자(상품 생산자로서의 농민이나 직인)들을 아울러 포함시켰다. 이 점에서 양자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베버는 브렌타노와는 달리, 처음부터 자본주의의 정신의 담당자였던 영국의 중산적 생산자층이 소생산자들에 해당되고, 그들이 자본가와 노동자의 주요 부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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