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2-1. 도덕적 존재

이효범 2021. 10. 18. 14:32

2. 유교의 인간론

 

 

자로가 군자에 대해 묻자 공자는, ‘군자는 자기를 닦음으로써 삼가는 사람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지로가 그것뿐입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군자는 자기를 닦음으로써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자로가 거듭 그것뿐입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군자는 자기를 닦음으로써 온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자기를 닦음으로써 온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은 요 임금이나 순 임금도 하기 어려웠던 일이다.’라고 대답하였다.”

- 논어』「헌문

 

 

2-1. 도덕적 존재

 

그리스인은 이성을 강조하고, 히브리인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피조된 인간을, 인도인은 고해苦海 속의 인간을 특징적인 모습으로 파악하였다. 이에 반해 유가는 윤리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강조한다. 방동미도 중국인의 인성론을 다루면서, 중국인의 인성론은 서구와 인도와는 달리 원죄 의식의 조그만 흔적도 없고, 현세로부터 도피하려는 둔세遁世 사상도 없이 종교적 색채가 거의 없는 순수한 철학적 사색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한다. 순수한 철학적 입장에서 유가들은 인간을 도덕적 존재로 파악했다. 인간이 가치를 추구하는 바로 그 점이 동물과 다른 인간의 본질적 특징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용中庸?에서는 이 바로 사람()이다혹은 맹자孟子이란 것은 사람()이다라고 사람을 정의定義하고 있다.

 

유교에 따르면 하늘은 물질 세계를 뛰어넘는 궁극적 존재로서 인간에게 성품을 부여하였으며, 땅은 물질적인 자연 세계로서 인간의 신체가 여기에 기반하고 있다. 인간이 하늘과 땅으로부터 성품과 신체를 부여받아 하나의 생명체를 이룬다는 사실의 가장 깊은 근원에는 하늘이 주재자主宰者라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하늘은 인간 존재의 궁극적 근원이다. 그러나 유교는 하늘이 언제, 어떻게, 왜 인간을 낳았는지에 대해 중요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하늘이 인간에게 무엇을 부여했고, 어떻게 쓸 것인지에 주의를 기울여 논의하고 있다.

 

이런 논의 속에서 유교는 인간의 선하고 순박한 본성으로의 복귀를 강조한다. 본성으로 복귀하는 것이 자신의 원형을 회복하는 길이며, 그럼으로써 자신을 존재케 한 천도天道에 귀일歸一하여, 만물을 화육化育하고 만물을 조화롭게 한다. 그러나 본성에 따른 삶이라는 지선至善의 실현은 사후나 피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세 속에서 그리고 세간사를 통해서 성취하는 것이라고 유가는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