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19, 아들에게)

이효범 2023. 6. 13. 22:02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19, 아들에게)

 

o 아들에게

 

구녕 이효범

 

떡을 원하는데

뱀을 줄 아비가 어디 있느냐

하나를 바라면

피를 팔아 두 개라도 내어줄 것이다.

 

아들을 사지로 내모는 아비가 어디 있느냐

사람다운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사람은 땅에 속한 자가 아니고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이다.

 

아들아, 나의 아들아

너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

나는 너의 운명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다.

네가 원하는 길을 스스로 가라.

 

어떤 길을 선택해도 인생은 늘 평탄하지는 않다

소처럼 뚜벅뚜벅 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네가 얼마나 전력을 다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혹시 돈을 많이 벌었다면

살아있을 때 이웃을 위해 다 써라.

굳이 안 그래도 되지만

아비의 은행잔고도 한 번은 점검해 보아라.

 

혹시 높은 지위에 올랐다면 거만하지 말아라.

사람들은 원숭이를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기를 좋아한다.

단 하루라도 비굴하게 살지 말아라.

높은 데서 멀리 내다보고 공동체의 미래를 깊이 생각하라.

 

혹시 네가 무명이어도 조금은 서운하겠지만, 상관이 없다.

생각하는 갈대로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인생은 오래오래 살만한 가치가 있다.

기죽지 말고 신나게 살아라.

 

첫눈에 반하는 사람이 있다면 목숨을 걸어라.

사랑은 하기보다는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나이 들어 보니) 외모보다는

명랑한 여자, 요리 잘하는 여자가 더 좋을지 모르겠다.

 

구구절절 할 말은 태산 같다.

너는 듣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내 아들아, 너만 믿는다.

 

나는 너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내가 가는 곳이 별로 좋지 않을 테니

굳이 따라올 생각은 하지 말아라.

너를 만나 한세상을 함께 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