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가을입니다. 시를 지어봅시다 1

이효범 2023. 9. 8. 06:03

o 가을입니다. 시를 지어봅시다 1

 

구녕 이효범

 

1. 세상에는 별처럼 많은 시가 있습니다. 그것을 구분하고 나누는 방법은 우리의 머리를 너무나 심란하게 합니다. 학자나 전공 학생이 아니라면 그런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시를 쓰려고 하는 우리는 우선 왜 사람들이 시를 쓰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1-1. 우리는 사랑할 때 시가 필요해집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첫사랑 여학생을 만났을 때, 우리는 밤새워 끙끙대며 시를 씁니다. 유명한 사랑의 시들을 베껴 쓰면서 자기의 사모하는 마음을 나타내려고 애를 씁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가을의 기도>, 김현승)

 

우리가 무언가 사랑할 때 저절로 입속으로 흥얼거리게 됩니다. 이것이 시의 기반입니다. “오오 눈부시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지는/ 이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 그 크나큰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그리고/ 한가로운 땅에 넘친다.//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오오 반짝이는 네 눈동자/ 나는 너를 사랑한다/ 종달새가 노래와/ 산들바람을 자랑하고/ 아침에 핀 꽃이/ 향긋한 공기를 사랑하듯이/ 뜨거운 피 가슴치나니/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내게 청춘과/ 기쁨과 용기를 부어라/ 새로운 노래를 그리고 춤으로 나를 몰고 가나니/ 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 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오월의 노래>, 괴테)

 

사랑이 깊어지면 우리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은 목숨까지 바치려고 합니다.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마음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나는 당신을 가슴으로 잠을 것입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럼 나의 뇌가 심장으로 고동칠 것입니다.//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때는 당신을 핏속에 실어 나르렵니다.”(<살로메에게 바치는 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