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가을입니다. 시를 지어봅시다.2

이효범 2023. 9. 9. 06:36

o 가을입니다. 시를 지어봅시다. 2

 

구녕 이효범

 

1-2. 이별할 때도 시가 나옵니다. 실컷 울고 나면 우리는 슬픔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시는 언어의 눈물입니다. 우리가 이별의 허무, 이별의 죽음을 눈물의 시로 쏟아내면 조금씩 생기가 돌고 이별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인 <황조가(黃鳥歌)>는 이별의 시입니다. “펄펄 나는 꾀꼬리는 암수가 정다운데, 외로운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까(翩翩黃鳥 雌雄相依 念我之獨 誰其與歸)?” 또 역사적으로 이별의 시 하면 고려 후기 문신이던 정지상의 <송인(送人)>이 떠오릅니다. “비 개인 긴 둑에 풀빛이 짙은데/ 님 보내는 남포에 슬픈 노래 흐르는구나/ 대동강물이야 어느 때나 마르리/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여지네(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최근에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사랑의 시보다 이별의 시가 더 많고, 더 절창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이별의 노래>가 있습니다. 이것은 박목월의 시에 김성태가 곡을 부친 것입니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에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이 시의 이면에는 박목월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시대에는 미투에 걸리는 추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떤 시인처럼 술에 취해, 문학의 권력으로, 아무 여자나 마구 주무르려고 하는 속물적 에피소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목월의 부인 유익순은 남편과 여대생이 입을 겨울 한복을 손수 지어서, 그리고 생활비로 쓸 돈을 들고, 제주도로 찾아가서 조용히 놓고 그냥 올라옵니다. 두 사람의 짧은 사랑은 국민이 애창하는 시 한 편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