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 엉긴 젖
종으로서의 인간의 창조 이외에 시편 139편은, 고대의 창조 사상을 현실화시켜서 구체적인 개인의 출생을 묘사한다. 시인은 시편 139편에서 하나님은 나의 모든 행위를 익히 아신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캄캄한 밤까지도 대낮같이 밝히기 때문에,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도피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다. 그 근거를 시인은 자기의 사사로운 출생 설화를 인용하여 제시한다.
주께서 내 오장육부를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조직하셨나이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하심이라 주의 행사가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 내가 은밀한 데서 지음을 받고 땅의 깊은 곳에서 기이하게 지음을 받은 때에 나의 형체가 주의 앞에 숨기우지 못하였나이다.
이곳에는 인간이 생성되는 밀실로서의 모태와 나란히 ‘땅의 깊은 곳’이 등장한다. 이것은 인간이 곡식처럼 땅 속에서 솟아났다고 보는 고대의 신화적인 인간 생성론이 반영된 것이다.
욥기에서도 이와 비슷한 개인적인 창조 신앙의 고백이 나타난다. 여기서는 새로운 측면이 첨가되고, 개인의 출생과 출산이 더욱 정확하게 묘사된다.
주의 손으로 나를 만드사 백체를 이루셨거늘 이제 나를 멸하시나이다. 기억하옵소서 주께서 내 몸 지으시기를 흙을 뭉치듯 하셨거늘 다시 나를 티끌로 돌려보내려 하시나이까. 주께서 나를 젖과 같이 쏟으셨으며 엉긴 젖처럼 엉기게 하지 아니 하셨나이까. 가죽과 살로 내게 입히시며 뼈와 힘줄로 나를 뭉치시고 생명과 은혜를 내게 주시고 권고하심으로 내 영을 지키셨나이다.
여기서는 특수한 표현이 나온다. 쏟아져 나온 젖이 엉긴 젖처럼 단단하게 응고된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것은 젖과 같은 정액이 여성의 성기 속으로 쏟아져 들어간다는 면과, 수태 후에 나타나는 태아의 단단한 몸집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본문의 저자는 출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아버지나 어머니 또는 양친의 뜻에 돌리지 않고, “주께서 나를 젖과 같이 쏟으셨으며 엉긴 젖처럼 엉기게 하지 아니 하셨나이까”하고 여호와에게 소급하고 있다. 하여간 욥기 10장은 시편 139편과 같이 창세기의 일반적인 창조 신앙을 자기 자신의 출생과 관련시켜 자신의 유래를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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