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

이효범 2022. 4. 5. 06:53

o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

 

구녕 이효범

 

먼저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세종에 살고 있는, 대학을 퇴직하고 한가롭게 금강가에서 글이나 쓰고 있는 노인입니다. 여러 가지 미천하고 어리석은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6.25 이후에 태어나 조국의 산업화에 매진했던 우리 세대는 윤 당선인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습니다. 그것은 단군 이래 가장 잘 사는 나라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국가로 진입하자마자,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다시 한 번 조선말처럼 커다란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선거만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우리 아들딸들을 열심히 설득하였습니다. 부모의 간절한 부탁이라고 동정을 구하기도 했고, 다른 후보를 찍으면 평생 보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슬아슬했지만 결과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잘 되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선거가 끝나자, “소화가 잘 되고, 꿀잠을 잘 수 있고, 길가다가도 괜히 웃음이 나며, 불평불만이 없어지고, 뉴스를 보면 기대감이 넘쳐 힘이 난다.”고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자기가 입에 거품을 품고 밀던 후보가 낙선된 사람은 어떨까요? 하늘이 노랗고, 가슴 속에 울분이 가득하고, 보수 언론들을 증오하고, 과거와 적폐의 무리라고 낙인찍힌 사람들이 권력의 중심에 재등장하니, 적어도 앞으로 5년 동안은 죽을 맛일 것입니다. 혹시 이런 세상이 곧 망했으면 좋겠다고 극단적으로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극렬하게 양분된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나라가 두 동강나 수렁에 가라앉는 참으로 심각한 참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윤 당선인이 더욱 지혜롭고 현명하게 국정을 수행하여 이 파국을 막고 성공하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보다시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며, 북한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엄중한 위기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국민이 합심 단결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지도 모르는 국제 정치의 격랑이나 세계 경제의 불안정한 파고에서,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배가 거대한 태풍을 뚫고 앞으로 계속 전진하려면 선원들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정부의 중요한 국정 담당자들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유능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골고루, 다양하게 선발하여 국민들의 구심력을 하나로 모우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공직자들은 단 한 명도 서울대학교 출신을 뽑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도, 총리도, 그리고 얼마 전에 임명한 한국은행총재도 이미 같은 대학 출신입니다. 하나의 대학이 아무리 많은 인재를 배출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어떤 면에서 유사집단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모든 다양한 직책들을 독점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만일 하나의 교회나 사찰이 비슷한 신자나 신도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런 집단은 어떤 면에서는 높은 효율성을 보일지 몰라도 예상치 못한 위기에는 대단히 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 사회 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도 생물종이 다양할수록 환경은 건강하고 건실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가능하면 비수도권에 있는 대학 출신이나 학력이 부족하더라도 자수성가한 사람들을 발굴하여 국민을 감동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또한 진정한 지방분권입니다. 사회는 남자가 있는 반면에 여자가 있고, 부자가 있는 반면에 가난한 사람이 있고, 출세하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은둔하려는 사람이 있고, 사기 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사기 당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것이 바로 사회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집단의 사람들도 국정을 독점한다는 것은 전체 국민의 정체성과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최근의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이 천문학적인 돈(2600조원)을 쏟아 붓고, 정부군이 30만 명이나 되는데도,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탈레반에게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그 이유야 수없이 많겠지만 결국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했기 때문에 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크라이나는 어떤가요? 막강한 러시아 군의 침공에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오랫동안 굳건하게 버틸 것이라고 누가 예측이나 했겠습니까? 그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똘똘 뭉쳤기 때문입니다. 젤렌스키는 비록 코미디언 출신이지만, 미국의 망명을 거부하고, 조국에 남아 끝까지 목숨을 걸고 항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런 용맹스런 모습으로 그는 영국의 처칠이 되어, 국민을 하나로 단합시키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불타는 용기로 잔인한 러시아와 맞서게 하는 것입니다.

 

국민을 어떻게 하면 단결시킬 수 있을까요? 울고 있는 자의 눈물을 어떻게 하면 닦아줄 수 있을까요? 정부는 다양한 지역의 출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야 합니다.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도 긴요하지만 관용의 미덕도 필요합니다. 보리 고개를 넘어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박정희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집결시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듯이, 새로운 정부도 국민 각자가 마음 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는 애국심을 하나의 거대한 저수지에 모이게 해서, 그야말로 제2의 한반도의 기적을 이루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G7에 합류하고, 태평양 시대의 주역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단초가 전 국의 다양한 위상에서 역량있는 인물을 뽑아 국가 운영을 맡기는 것입니다.

 

새로운 파도가 한반도에 몰아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거센 도전은 새롭게 생각할 줄 아는 창조자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사심 없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 온 국민은 그들을 믿고 흔쾌히 따를 것입니다.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믿습니다. 당신은 틀림없이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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