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기독교의 인간론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 「창세기」 1장 26절
4-1. 구약 성서에 나타나는 인간
4-1-1. 하나님의 자기 결의로 창조된 인간
구약 성서에는 통일된 인간론이 집성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성서의 모든 독립된 문서는 저마다 독특한 인간상을 지니고 있을 뿐 하나의 발전해 간 인간상의 흔적은 없다. 그러므로 인간을 향해 분명하게 질문을 제기하는 성서의 본문 자체에서 인간에 관한 주요 개념들의 의미를 찾음으로써, 성서의 인간론이 지닌 기능들이 드러날 것이다.
독일의 유명한 구약학 교수인 발터Hans Walter Wolf는 이러한 방법으로 인간의 창조를 창세기를 통해서, 그리고 개인의 출생을 시편과 욥기 등을 통해서 이해한다. 그는 인류의 창조를 나타내는 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 내용들은 시대적으로 수백 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전자를 ‘제관계諸關係 문서’ 후자를 ‘J(제이 혹은 야웨)문서’로 구별한다.
이런 구별에 대해 또 다른 프랑스의 유명한 성서 주석학자인 즐렝Albert Gelin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창세기의 첫째 이야기(우리가 제관계 전승 즉 P전통이라고 규정하는 것)는 온 세상의 창조를 장엄하게 이야기하며, 질적으로 점점 향상되어 가는 순서로 결국은 창조의 정점인 존재의 맨 꼭대기에 아담과 에와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세상의 왕은 마지막으로 등장한다. 이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模像으로 나타나며, 그 하느님과는 같을 수 없지만 다른 모든 동물들을 지배할 수 있는 존재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대단히 심리학적인 것이지만 어떤 점에서는 대단히 유치한 내용으로, 창세기 2장에서 하느님이 반죽하고 형상을 만들어 준 아담과 (그 아담의 갈빗대에서 뽑아 낸) 여자를 그리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성경 안에서 주어진 내용을 최초로 종합한 이야기라고 해서 야휘스트(Yahwist)전승, 즉 J전통에 속한다고 비판적으로 말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창세기 1장부터 2장 3절까지는 하느님을 지칭하는 히브리어가 복수형인 ‘엘로힘(Elohim)’으로 나와 있는데 반해, 2장 4절 이하에서는 단수형인 ‘JHWH(YHWH)’(이것은 히브리어 자음만 나열한 것으로 ‘야웨(Jahweh, Yahweh)’라고 읽는다)로 나와 있어, 창세기가 최소한 두 가지의 다른 출처로부터 편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창세기 2장을 쓴 J기자가 보고하는 인간의 창조 내용에는 출생의 과정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다. J기자의 관심은 인간이 처음부터 자기의 인간됨을 깨달아야 했다는 점으로, 그는 인간됨의 여러 관계들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하나님과의 관계이다. 인간은 태양신의 눈물방울에서 생성된 존재도 아니고,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어떤 상황 속에서 살게 되더라도 그는 여전히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말은 인간은 연약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짐승과의 관계이다. 동물들은 인간을 돕는 자로 인간에게 제공되었고, 인간이 그들의 이름을 불러서 동물의 세계를 정리한다.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아담이 어떻게 이름을 짓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 이르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일컫는 바가 곧 이름이라.”
셋째는 신이 인간에게 아내를 창조하여 줌으로써 형성된 동료와의 관계이다. 여호와는 남자의 갈비뼈 하나를 취하여 아내를 만들었다. 이것은 여자가 남자에게 일회적인 결혼 관계로서 아내가 된다는 의미이며, 여자는 본래부터 남자에게 속한 것임을 강조하는 예이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내적인 결합을 반영해 준다.
넷째는 인간과 밭에 있는 흙과의 관계이다. 인간은 아담adam이고 밭의 흙은 아다마adama로서 둘 다 dm(붉다)라는 동일한 어원에서 나온 비슷한 발음이다. 인간은 흙에서 창조되었고, 그 밭의 흙을 경작해야 하고, 죽을 때에 그 밭의 흙으로 되돌아간다.
창세기 2장의 이 모든 관계는 인간과 창조자와의 근본적인 관계에서 온 것이다. 창조자는 인간과 만물을 창조하였으나, 인간 남녀하고만 특별히 대화하였다. 다른 피조물과는 대화한 일이 없다.
창세기 1장인 제관계 문서가 묘사하는 인간 창조에서도 하나님과 인간관계가 주도적이고 포괄적인 주제를 이루고 있다. 하나님은 뭍 동물과 똑같은 날에 인간을 창조하였다. 그리고 물고기와 새들에게 선포하였듯이 인간에게도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축복을 내리고, 인류와 뭍 동물들에게 똑같은 양식을 지정해 주었다.
그러나 동물은 하나님의 명령이 떨어질 때 땅 속에서 솟아 나왔다. 반면에 인간은 하나님의 자기 결의에 의해(하나님은 인간창조를 위해 자기 결의를 3번이나 반복한다), 이미 주어진 어떤 재료와도 상관없이 또 땅과의 공동 작업도 필요 없이,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창조되었다. 축복의 내용도, 28절의 인간의 것과 22절의 물고기와 새들의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번성의 능력을 준 것은 똑같지만 인간의 축복에는 정복과 치리治理의 내용이 첨가되어 있다. 특히 통치의 위탁은 인간과 짐승의 결정적인 차이를 나타내 준다. 또한 인간만이 하나님의 직접적인 말씀을 들을 수 있는 피조물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는 직접 말씀을 하셨으나 동물에게는 간접적으로 말씀하셨다. 그리고 인류는 처음부터 양성으로 창조되었고, 양성으로서의 인류가 다른 모든 피조물을 자유롭게 다스리라는 지배의 위탁을 받았다.
이처럼 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에 관한 내용들은 다른 세계관의 전제들과 설화의 형식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강조하는 세 가지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다. 즉 인간은 동물과 직접적으로 가까운 입장에 속해 있다는 점, 그러나 동시에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특수한 태도 때문에 인간은 끝없이 동물과 구별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인간은 남자와 여자가 합하여 인류를 이룰 때에야 비로소 완전하고 효력을 발생하는 사람이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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