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에 관한 좋은 문장들

효자리

이효범 2021. 8. 12. 10:04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전에 한성판윤 박창선의 선대 조에 효성이 지극한 분이 있었다. 그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를 지금의 경기도 고양시 신도면 효자리에 장사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묘를 다녔다.

어느 날, 그가 성묘 가기 위해 모화재에 이르자 어두컴컴한 곳에서 큰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는 깜짝 놀랐으나 용기를 내어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금 선친 묘에 성묘 가는 길이니, 성묘나 마친 뒤에 잡아먹어라.”

호랑이는 머리를 돌려 꽁무니를 그의 앞에 대면서 등에 타라는 시늉을 하였다. 그는 호랑이가 등에 태워 산으로 가서 잡아먹거나 빨리 성묘를 마치게 한 뒤에 잡아먹으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호랑이는 그를 태우고 한참 숲 속을 달리더니, 한 곳에 멈추었다. 그가 보니, 자기 아버지의 묘 앞이었다. 그는 묘 앞으로 가서 절을 한 뒤에 꿇어 엎드려 말을 하였다.

불효자가 아버님을 뵙는 것도 이게 마지막입니다. 저는 이제 호랑이밥이 될 것이니 저승에 가서나 아버지를 뵙겠습니다.”

그가 한참 통곡한 뒤에 돌아서 보니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꽁무니를 들이대며 타라는 시늉을 하였다. 그는 호랑이가 자기를 호랑이굴 가까이 데리고 가서 잡아먹으려는 것으로 알고, 호랑이 등에 탔다. 그가 호랑이 등에 앉아 비감한 심정을 억제하느라고 눈을 감고 있느라니까, 달리던 호랑이가 멈추어 섰다. 그가 둘레를 살펴보니, 바로 자기가 호랑이 등에 타던 모화재였다. 그가 호랑이 등에서 내리니, 호랑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날부터 호랑이는 매일 모화재에서 그를 기다고 있다가 태워다주곤 하였다. 그렇게 몇 해를 지난 뒤에는 그는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났다. 아들들은 그를 지금의 고양시 신도면 효자리 뒷산에 있는 그의 선친 묘 아래에 묻었다.

얼마 후, 아들들이 그의 무덤에가 보니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엎드린 채 죽어 있었다. 이를 본 아들들은 호랑이를 그의 무덤 아래에 묻어 주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임금님은 그를 하늘이 낸 효자라고 칭찬하고, 그의 묘 옆에 사당을 짓고 효자문을 세워 그 효성을 기리게 하였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묘 부근 마을의 이름을 효자리(孝子里)’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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