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학에서 획기적인 발전에는 명암이 공존한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다양한 질병들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주는 반면, 새로 발견한 유전학적 지식 때문에 인류의 본성을 조작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근육을 강화하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며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 아이의 성별과 키와 다른 유전형질을 선택하고, 신체적·인지적인 능력을 개선하고, 우리의 몸을 최선의 상태로 만드는 일들이 가능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유전공학이 가능하게 하는 일부 기술에 대해 불안하게 여긴다. 문제는 불안한 까닭을 분명하게 말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윤리학이나 정치학적인 담론에서 흔히 나오는 자율성, 공정성 같은 용어만으로는 우리의 본성을 공학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왜 잘못된 일인지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
<마이클 샌델,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