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73, 동창)

이효범 2021. 6. 24. 09:39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73, 동창)

 

o 동창

 

구녕 이효범

 

동창, 참 좋다.

앞에서 보면 우연이고

뒤에서 보면 필연이다.

졸업한 후 처음 만나도

말을 놓으니 참 편안하다.

정치는 여와 야로 나누어졌어도

여자를 보는 눈이 같으니 말이 통한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가 센 것이나

주름이 난 것이나

아픈 것이 도토리 키 재기다.

돈이 많거나 적거나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수직에서 수평으로 돌아온

눈치 없는 세상

우리가 동창이라는 사실 말고는

서로 자랑할 것도 없다.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철새처럼

앞서고 뒤서고 세상을 뜨니

동창, 참 좋다.

 

후기:

동창(同窓)은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보통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고등학교 동기동창은 10대 후반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의식이 비약할 때 동고동락을 함께 했으니, 인생 말년까지 끈끈한 우정을 나눌 수 있습니다.

나는 1969년에서 1972년까지 대전에 있는 남자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졸업한 지 50년이 됩니다. 반백년이니 참으로 아득한 시간입니다. 나는 그동안 몇몇의 동창과는 줄곧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동창 모임에는 잘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직장에서 은퇴하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니 졸업한 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동창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됩니다. 그들과 다시 어울려 노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가만히 옛날을 회상해 보면 친구들은 몸은 비록 늙었으나 하는 짓이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 웃음이 납니다.

지금까지 잘 살아준 동창들이 고맙습니다. 그들이 있어 인생 말년이 든든하고 덜 외롭습니다. 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