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73, 동창)
o 동창
구녕 이효범
동창, 참 좋다.
앞에서 보면 우연이고
뒤에서 보면 필연이다.
졸업한 후 처음 만나도
말을 놓으니 참 편안하다.
정치는 여와 야로 나누어졌어도
여자를 보는 눈이 같으니 말이 통한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가 센 것이나
주름이 난 것이나
아픈 것이 도토리 키 재기다.
돈이 많거나 적거나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수직에서 수평으로 돌아온
눈치 없는 세상
우리가 동창이라는 사실 말고는
서로 자랑할 것도 없다.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철새처럼
앞서고 뒤서고 세상을 뜨니
동창, 참 좋다.
후기:
동창(同窓)은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보통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고등학교 동기동창은 10대 후반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의식이 비약할 때 동고동락을 함께 했으니, 인생 말년까지 끈끈한 우정을 나눌 수 있습니다.
나는 1969년에서 1972년까지 대전에 있는 남자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졸업한 지 50년이 됩니다. 반백년이니 참으로 아득한 시간입니다. 나는 그동안 몇몇의 동창과는 줄곧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동창 모임에는 잘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직장에서 은퇴하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니 졸업한 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동창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됩니다. 그들과 다시 어울려 노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가만히 옛날을 회상해 보면 친구들은 몸은 비록 늙었으나 하는 짓이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 웃음이 납니다.
지금까지 잘 살아준 동창들이 고맙습니다. 그들이 있어 인생 말년이 든든하고 덜 외롭습니다. 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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