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75, 아침의 강)

이효범 2021. 7. 15. 20:37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75, 아침의 강)

 

o 아침의 강

 

구녕 이효범

 

아침에 강으로 갔습니다.

당신이 부르신 것은 아닙니다.

몸을 던지려는 거룩한 뜻은 없었습니다.

강은 하늘과 같은 색이었습니다.

흘러가고 머물면서

산과 나무를 껴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거짓이야, 나는 소리쳤습니다.

내가 잡고 있는 당신도 진실이 아닌가요.

나는 머물지만 흘러가는 강인가요.

 

후기:

내 곁을 떠난 친구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기쁨이 사라지고 만사가 허무해졌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이 지상에 조그만 삶의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 정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젊은 날에 나를 괴롭혔던 근원적인 물음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오래 간만에 일찍 일어나 강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풍경은 한여름으로 들어서서 녹색의 생명들이 한창 이글거리고 있었습니다. 차들도 분주히 지나가고,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 공사장에서는 가장 정직한 노동자들이 검게 탄 피부로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늘로 올리고 있었습니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입니다. 존재의 커다란 영광을 누리기 때문에 그 벌로 고통이 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존재하는 자는 마땅히 고통에 무너지지 말고 그리스의 영웅들처럼 그것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