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72, 아니, 꽃 지는 듯이 말해요)

이효범 2021. 6. 18. 16:48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72, 아니, 꽃 지는 듯이 말해요)

 

o 아니, 꽃 지는 듯이 말해요

 

구녕 이효범

 

오늘은 비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가만 가만히 말해요.

옆 집 그 선량한 빵가게 아저씨도

코로나로 얼굴이 얼음처럼 굳어졌어요.

월드컵 경기하는 날이 아니잖아요.

악마의 입으로 고함치지 말아요.

부부싸움도 더러운 성질 죽이고

애들 앞이라고 말해요.

우리가 이 땅에 살려고 왔지

죽으러 온 것이 아니잖아요.

아기 볼에 입맞춤하듯

부디 잘 되라고 말해요.

말은 크게 할수록 울림은 작아지고

당신만 강가에 빈 배처럼 홀로 남아요.

조그만 예배당에서 혼자 드리는 기도가

높은 하늘에 닿아요.

둘이서 먼 길을 오래 걷기 위해서는

우리, 꽃피는 듯이 말해요.

아니, 꽃 지는 듯이 말해요.

 

후기:

말이 많은 세상이다. 그러나 빈 말만 무성할 뿐, 들어볼만한 알찬 말은 보이지 않는다. 홍수처럼 말들은 범람하는데 먹을 수 있는 정갈한 말이 없으니 우리의 영혼은 몹시 목마르다. 깊고 위대한 영혼에서 흘러나와 우리의 가난한 영혼을 흔드는 말들은 무슨 말일까. 시는 그런 말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런 시를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