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81, 증손주)
o 증손주
구녕 이효범
영화 같은 인생을 살지 못했다.
참으로 다행이다.
첫사랑이 젊은 날 백혈병에 걸려
바다가 보이는 조그만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면
깊은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풀리지 않는 운명의 신비와 싸우다가
붉은 절벽에서 절규하며 뛰어내렸다면
분명히 개죽음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지상에 와서 한 번 산다.
겨울을 겪지 않고 계절을 온전히 말할 수 없듯이
백발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인생을 논하지 마라.
가재, 붕어, 미꾸라지도 반짝이며 산다.
천년을 사는 고목처럼
셀 수 없이 비바람을 견디어 내면
안개 덮힌 길도 제대로 보이고
발등을 찍은 원수까지 안쓰러워진다.
증손주가 학교 갈 때까지 살아라.
무언가 나와 닮은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영화는 말짱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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