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78, 노자)
o 노자
구녕 이효범
曲阜에 매화가 피자
공자가 붓다, 소크라테스, 예수를 초빙했다.
네 성인은 그윽한 매화 향기 속에서 차를 음미했다.
그리고 네 성인은 인류의 종말적 현상을 종일토록 함께 걱정했다.
해가 기울자 공자가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다.
“멀리서 세 분이 누추한 곳까지 어렵게 찾아오셨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 인류에 빛을 던진 또 한 성인이 살고 계십니다.
만나시는 것도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세 성인이 기꺼이 동조했다.
오래지 않아 한 노인이 푸른 소를 타고 방문했다.
“이분이 5000 자로 된 『도덕경』을 남기신 노자이십니다.” 공자가 소개했다.
“저는 본래 인위적인 것을 몹시 싫어하는, 시골에 사는 이름도 없는 은둔자입니다.
그런데 예법의 대가인 공자께서 이렇게 귀한 자리에 미천한 저를 초대했습니다.”
감사를 표하는 노자에게, 젊은 예수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다.
“나는 세례자 요한에게 물로 세례를 받고,
갈릴리호반에서 격정적으로 하느님 말씀을 전했습니다.
노자님도 물을 참으로 좋아하시더군요.”
“예, 나는 으뜸가는 善은 물과 같다고 칭송하였습니다.
물은 혀처럼 부드럽고, 갓난아이처럼 약하며, 한없이 겸허하고,
다른 것들과 공적을 다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만물에게 이로움을 주고, 바위를 뚫고, 단단한 강철을 녹입니다.
이런 물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하니, 도에 가장 가깝습니다.”
공자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 나도 일찍이 강가에서 자주,
‘흘러가는 것은 이와 같은가, 밤낮으로 가리지 않고.’ 라고 탄식하곤 했습니다.
만물은 흘러 지나가고, 오는 것은 또 그 뒤를 잇습니다.
물처럼 한순간도 흐름이 그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군자는 마땅히 물을 본받아서,
스스로를 격려하고 수양에 매진해야 합니다.”
한쪽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소크라테스가 앞으로 나섰다.
“노자님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노자님이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진리를 찾기 위해 평생을 대화에 진력한 사람입니다.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데, 노자님의 이 말은 진심인가요?”
“하하, 소크라테스님, 나는 仁慈, 검소, 겸양을 세 가지 보배라고 불렀습니다.
소크라테스님은 그런 세 가지 보배를 가지신 분입니다.
소크라테스님은 지행합일을 강조하셨지만,
사실 나는 知者와 그들이 만든 문명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각의 구멍을 막고, 그 문을 잠그며, 그 날카로움을 꺾고,
그 어지럽게 얽힌 매듭을 푼다’고 말했습니다.
문명 속에서 늘 예민하게 사는 것보다, 자연의 품에 안겨, 마음 편히 사는 것이,
내가 바라는 도에 가까운 최상의 삶입니다.”
붓다는 다른 성인들이 대화하는 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주변이 잠잠해지자 이윽고 눈을 떠서 노자에게 속삭였다.
“오랫동안 보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노자님이 말하는 無와
내가 말하는 空이 같다고도 하고, 다르다고도 합니다.”
노자는 한동안 계곡의 물만 응시하고 말이 없었다.
“부처님은 세상이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독립적인 실체는 없고 相依的이라고 했습니다. 色이 즉 공입니다.
나도 자연 속에서 만물이 반대편과의 관계 속에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런 원리를 억지로 이름하여 ‘道’라고 불렀습니다.
자신의 경계선을 가지고 다양한 사물들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有의 세계입니다.
구체적인 사물들을 존재하고 기능하게 하는 비어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無의 세계입니다.
이 두 세계는 상대방을 살려주면서 서로 새끼줄처럼 꼬여있습니다.
도의 운행은 玄妙하고 현묘합니다.
이것이 바로 온갖 것들이 들락거리는 문입니다.”
노자는 예전처럼 다시 굳게 입을 다물고, 雲煙縹緲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네 성인은 노자와의 만남이 너무 짧은 것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후일에는 또 다른 좋은 분들과 함께 만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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