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79, 떠나자)
o 떠나자
구녕 이효범
봄이 왔다, 친구여
설산의 눈처럼, 떠나자.
강물이 흐르듯 존재도 흐른다.
세상에서 붙잡을, 흔들리지 않는 말뚝은 없다.
봄에 씨 뿌릴 우리의 땅이
바로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다.
우리는 먹으려고 세상에 온 게 아니다.
머무르면 썩고, 떠나면 산다.
미루나무를 흔드는 바람
깨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하얀 파도
무너져 내리는 성당에서 간절히 기도드리는 신부
가로등 불빛 아래 눈짓하는 몸 파는 여자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수초 속에 숨은 천둥오리
떠나서 만나는 그들이 바로 나다.
봄이 왔다, 친구여
바다의 범선처럼, 떠나자.
내가 나로 온전히 돌아오는 것이
지상에서 내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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