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o 감자 구녕 이효범 아침 식탁에서 감자를 먹는다. 땅을 닮은 감자가 맛이 있다. 또 먹고 싶어 혀를 다신다. 내일 다시 감자를 사러 마트에 가야겠다. 그러면 부지런한 농부는 감자를 심으리라. 산더미처럼 수확한 감자에서 제일 좋은 감자를 종자로 고르리라. 겨울 내내 어둠속에 보관하였다가 내년 봄, 바람 좋은 날, 기름진, 넓은 들판에 심으리라. 감자, 둥글맞은 감자, 뼈 없는 감자, 쉽게 까지는 감자, 발이 없는 감자, 생각 없는 감자, 불쌍한 감자. 그러나 99개 모두를 내어주고 단 1개만 숨길 줄 알아 둥근 감자는 무궁하다. 돌아 돌아 먼 길을 아슬하게 돌아 오늘 아침 내게 온 감자에게 고개 숙여 경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