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여행기

뉴질랜드 여행 4

이효범 2023. 3. 1. 08:22

o 뉴질랜드 여행 4

 

구녕 이효범

 

퀸스타운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북섬에 있는 오클랜드로 떠나기 전에, 아침 일찍 애로우타운(Arrowtown)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골드러시의 유적이다. 한때 이곳 애로강에서 금이 나자 황금을 쫓아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광부가 부족해지자 뉴질랜드 당국은 중국의 노동자들을 고용했다. 그러나 그들을 착취했기 때문에 뉴질랜드 당국은 중국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그 노동자들에게 집을 공급했다고 한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지금 그들 이민자들의 3세나 4세들이 그 비싼 퀸스타운의 호텔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민 1세대는 차별과 고통을 받겠지만 그 영광은 후손들에게 돌아간다.

 

현재 약 35000명의 코이(kowi, 한국계 뉴질랜드인)가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있다. 이것은 뉴질랜드 전체인구의 약 1%로서, 아시아계로서는 3번째의 큰 규모이다. 코이의 1.5세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 골프 선수 리디아 고이다. 오클랜드 가이드는 교민들이 내일 같이 리디아 고가 성공할 때까지 심시일반 도왔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인의 교육열 때문에 이민자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눈부시게 진입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모처럼 여유롭게 오클랜드 시내 곳곳을 투어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서 나는 우리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바위처럼 한곳에 깊게 뿌리를 내리며 무엇인가를 세우려는 사람이다. 다른 하나는 바람같이 떠돌아다니면서 넓은 세상을 경험하려는 사람이다. 전자는 개미 같은 사람이며 후자는 베짱이 같은 사람이다. 전자는 공자처럼 진지하게 바른 세상을 구성하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후자는 노자처럼 자연적인 삶을 추구하며 인위적인 문명과 문화를 해체하려고 한다. 전자는 정도전같이 새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며 후자는 김삿갓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풍류를 즐기는 사람이다. 전자는 농경하는 사람이며 후자는 유목하는 사람이다. 서로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전자는 위대한 공과를 세울 수 있지만, 더 많이 소유하려고 하는 욕망의 노예가 될 폐단이 있다. 후자는 존재를 깊게 음미할 수 있지만, 전통과 역사가 돈독하게 이어질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이 둘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여행이 그 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은 우선 집을 떠나는 행위이다. 농경에 머물면서 유목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정착에서 오는 안일함과 고집과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좁은 시각을 교정할 수 있다. 우리는 여행하면서 갖고 싶은 귀한 것을 보아도 쉽게 살 수 없다. 다음 날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하면서 우리의 삶도 여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는 이 세상을 100년 정도 여행하다가 다시 온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여행 중에 영원히 내 것은 하나도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경험한다. 그러나 여행 자체가 허무나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집에 앉아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즐기며, 우리의 영혼은 더한층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후에 우리는 떠난 집에 다시 돌아와 새롭게 자기 일을 시작한다. 이제는 억지로 일에 억매이지 않으면서 가볍게 자기 일을 하는 것이다. 토인비가 말하는 창조적 소수자가 후퇴와 복귀를 반복하듯이,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자유롭게 즐기고, 현실에 복귀해서 다시 몰두하는 것이다. 대나무가 여려 마디로 구성되어 하나의 온전한 나무가 되듯이, 우리도 일과 여행을 통해 매듭을 지우면서 온전한 한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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