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여행기

뉴질랜드 여행 6

이효범 2023. 3. 3. 06:01

o 뉴질랜드 여행 6

 

구녕 이효범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서나 멋진 사랑 이야기가 존재한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처럼, 이곳 뉴질랜드도 국민의 가슴 속에 전해 내려오는 사랑 이야기가 있다.

 

뉴질랜드 최고의 관광도시 로토루아(Rotorua)에는 둘레가 42km인 로토루아 호수가 펼쳐져 있다. 호수 가운데에는 모코이아라고 하는 섬이 있다. 옛날 이 섬에 살고 있던 휘스터족 소족장의 아들 투타네카이는 육지 호숫가에 사는 아리족 대족장의 딸 히네모아를 사랑하였다. 투타네카이가 전통 플롯을 불면 히네모아는 카누를 타고 섬에 와서 사랑의 밀어를 나누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히네모아의 아버지는 카누를 없애버렸다. 폭풍우 치는 날 플롯 소리를 듣고 히네모아는 사랑의 간절함에 2km가 넘은 호수를 헤엄치기 시작했다. 저체온증으로 해안에 도착했을 때에는 생명이 위독하였으나 극진한 투타네카이의 보살핌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결국 원수지간이었던 두 종족은 화해하고, 두 사람의 사랑은 행복하게 끝을 맺는다. 이 이야기가 마오리족의 민요로 불리어졌다. 뉴질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때 마지막까지 뉴질랜드의 국가로 경합했을 만큼 이 민요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후 이 민요는 6.25전쟁에 참전한 뉴질랜드 병사에 의해 국내에 알려지고, 우리에게는 연가로 번안되어 불리어졌다. 원곡인 포카레카레 아나의 가사는 이렇다.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와이아푸/ 로토루아의 호수는 그대 건너간다면 잠잠해지리다. (후렴: 그대여 돌아와 주시오. 너무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저는 편지를 써 반지와 함께 보냈습니다./ 사람들에게 알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얼마나 괴로운지를./ 제 사랑은 절대 마르는 날이 없을 겁니다. 언제나 젖어 있을 테니까요./ 제 눈물로 말입니다.” 나는 아침 일찍 이 호숫가를 거닐면서 호수 가운데 솟은 섬을 바라보면서 나지막이 연가를 불러보았다. 젊은 날 불타는 사랑은 슬프게도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검은 백조 세 마리만 한가하게 호수에 떠 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목장이었다. 이곳의 양 쇼에서 사회자는 다양한 품종의 양을 선보이고 무슨 용도에 쓰이는지를 설명했다. 그러더니 어떤 양에 가서는 양의 귀를 막고 이 종은 주로 육식용이라고 말했다. 그 양이 그 말을 알아듣는다면 얼마나 서글플까? 동물을 배려하는 작은 마음이 가슴 찡했다. 쇼가 끝나고 우리는 실제로 차를 타고 넓은 목장에 나와 양들과 알파카에게 먹이를 주었다. 알파카는 양보다 몸이 크고, 털이 부드럽고, 눈이 참 이뻤다. 먹이를 정신없이 주다 보니 풀 위에 똥들이 그렇게 많이 깔려있는지 몰랐다. 신발이 온통 똥 천지였다. 소똥을 밟으면 재수있다고 하지 않는가. 아마 올해는 홀인원도 하고 운수대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로토루아 중심에 위치한 와카레 와레와라는 온천마을이다. 이곳은 200년 이상을 마오리의 한 부족인 투호우랑이 나티 와히오 부족이 실제로 살고 있는 주거 공간이다. 그들의 문화를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곳은 간헐천과 증기가 피어오르는 거대한 온천지대였다. 섭씨 120도 이상의 온천수가 진한 유황 냄새를 뿜어낸다. 살아있는 지구를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에 매료되어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뉴질랜드에 처음 온 종족은 마오리족이다. 이들은 몸집이 거대하다. 그들은 이곳을 희고 긴 구름이라는 뜻으로 아오테아로아라고 불렀다. 그 후 유럽인들이 들어왔다. 최초의 유럽인은 네덜란드의 탐험가 아벨 타스만이다. 그는 자기 고향 네덜란드 해안 지방인 젤란드의 이름을 따서 새로운 젤란드라는 뜻으로 ‘Novo Zeelandia’라고 불렀다. 100년 후 1769년 영국인 항해사 제임스 쿡이 뉴질랜드의 정확한 해안지도를 그렸다. 그 후 유럽인들과 마오리족들 간에 교류가 빈번해지고 갈등도 심해졌다. 그래서 그들은 와이탕아조약을 맺었다. 마오리족의 토지 소유는 계속해서 인정하는 대신 토지 매각은 영국 정부만 할 수 있다는 것과, 마오리는 영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호주와 미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그들은 원주민들을 거의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그런 의미에서 뉴질랜드는 침입자와 원주민과의 아름다운 화해를 이룬 모범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들른 마오리 온천마을도 평화스럽게 보였다. 원주민들이 당당하게 그들의 권리를 가지고 뉴질랜드의 진정한 한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친러시아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21세기 문명 속에서 인간 도살을 서슴치 않고 있다. 우리 코앞에 있는 중국도 대만과의 관계에서 어떤 만행을 저지를지 불안하다. 거대한 문명의 재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뉴질랜드도 문명의 충돌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평화는 그 위에 이루어낸 인간 지혜의 산물이다. 그들은 이런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적은 인구인데도 세계의 모든 전쟁에 군인을 파병한다. 이런 일환으로 6.25 , 그들은 아무 관련이 없는 머나먼 우리나라에 와서 젊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여행이 끝나면 경기도 가평에 가서 그들의 무덤에 작은 꽃이라도 바칠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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