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여행기

뉴질랜드 여행 5

이효범 2023. 3. 2. 10:11

o 뉴질랜드 여행 5

 

구녕 이효범

 

오클랜드에서 남쪽으로 2시간을 달려 처음 들른 곳은 호비튼 무비 세트(Hobbiton Movie Set)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호빗삼부작이 촬영된 곳이다. 이 영화들을 나는 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 찾아온 수많은 서양의 관광객들과는 감동이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곧 그 동화 같은 아름다운 풍경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세트장도 어설프게 지운 것이 아니고 지금도 마치 누군가가 실제로 살고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모습이었다. 사진을 제일 많이 찍었다. 남섬에서는 사진을 몇 장 찍지 않던 아내도 연거푸 사진찍기에 바쁘다. 단지 영화를 찍기 위한 인공물에 불과한데 이들이 세트 하나하나에 얼마나 혼과 정성을 기울였는지, 이국의 늙은 우리까지 감동시킨다.

 

가이드의 설명이 더 재미있다. 영화를 찍기 위해 피터 잭슨 감독이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공중을 탐색할 때, 150만 평이 넘는 알렉산더 가족 목장이 눈에 들어왔다. 감독의 끈질긴 설득 끝에 영화 촬영이 끝나면 그대로 원상을 복구한다는 조건으로 허가되었다. 감독은 또 정부를 설득하여 뉴질랜드 육군이 세트장까지 1.5km의 도로를 내도록 하였다. ‘반지의 제왕은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처음 계약한 대로 세트장을 헐고 원상복구 공사에 들어갔는데, 세계에서 관광객이 쇄도하였다. 알렉산더는 더 이상 세트장을 허물지 못하도록 하고 흔쾌히 다음 영화 호빗을 찍게 했다. 그래서 두 영화는 성공하고, 알렉산더는 떼부자가 되고, 뉴질랜드도 전 세계에 국가를 홍보하고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쾌거를 누리게 되었다.

 

현대 문화의 꽃은 영화이다. 하나의 잘 만들어진 영화는 국가의 이미지를 바꿔 놓는다. 지금 우리의 한류 문화가 그렇다. 우리의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k-팝들에 힘입어 우리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도 한국 음식점들이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손님의 70%는 외국인들이다. 뉴질랜드에 있는 일본의 스시집도 주방장이나 주인은 대부분 우리나라 이민자들이 차지했다고 한다. 놀랄만한 일이다. 문화가 국력으로 떠오르는 시대에 우리는 세계의 누구보다도 경쟁력이 있다. 우리의 DNA에는 신바람이 들어있고, 고대로부터 음주 가무의 전통이 진하게 내려오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이 있는 로토루아이다. 우리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남녀가 공동으로 즐기는 야외 온탕으로 들어갔다. 다양한 온탕은 세계 인종의 집합소였다. 그것도 수영복만 걸치고. 눈이 한없이 즐거웠다. 젊고 날씬한 서양 여자들은 아슬한 비키니를 좋아한다. 나는 지그시 눈을 감은 척하면서 아내 몰래 눈은 연신 그녀들도 향했다. 양이나 소의 털은 같은 종이면 거의 같은 색이다. 사람도 동물이기 때문에 몸이 색깔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살색에서 조금 하얗거나, 조금 검거나, 중간적이거나이다. 그러나 몸에 걸치는 옷은 왜 그리 다양한지, 군인이나 학생들처럼 유니폼을 입는 경우를 뺀다면, 이 지구에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공항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을 눈여겨보면 다 다르다. 재미있다. 이런 인간의 독특한 특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여자들은 옷을 잘 입기로 정평이 나 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이곳 뉴질랜드 사람들은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을 구별한다고 한다. 우리가 길에서 만난 서양인들을 외모만 보고 그 국적을 알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이드도 궁금해서 그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옷을 가장 세련되게 입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어요.” 이것도 한류인가? 우리나라 여자들의 피에도 높은 미의식과 유행의 민감성이 들어있는가? 참으로 모를 일이다.

 

다음으로 미타이 마오리 빌리지에서 마오리족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그들의 전통 방법 그대로 땅속의 지열을 이용하여 자연 오븐으로 요리한 항이를 먹고 집에 오니 밤 9시가 넘었다. 긴 하루였다. 그러나 하나같이 흥미 있고 새로웠다. 이 맛에 우리는 여행에 빠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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