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여행기

뉴질랜드 여행 1

이효범 2023. 2. 26. 16:36

o 뉴질랜드 여행 1

 

구녕 이효범

 

올해 아내가 칠순이다. 결혼한 지 41년이 되었다. 한 사람과 참으로 오래 살았다. 결혼 초에는 많이 싸웠다. 지금도 가끔 싸우고 있다. 나는 작년 칠순 때 아내로부터 아무런 선물을 받지 못했다. 속으로는 15년 된 낡은 산타페를 새로운 전기차로 바꾸든가 아니면 적어도 골프채 한 세트는 들어올지 알았다. 사실 아내는 그렇게 통 큰 사람은 아니다. 김치국부터 먹은 내가 바보였다. 그렇다고 아내 칠순에 나도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아내와 나는 100에서 98은 다르다. 선거 때 같은 후보를 찍는 것과 여행을 좋아하는 것이 같으면 같을 뿐이다. 집 가까운 하나여행사에 가서 뉴질랜드 8일짜리 여행상품을 구매했다. 1인당 3,790,000원이다. 11시간이 걸리는 긴 비행시간을 아내가 견디기 힘들 것 같아, 아내만 4,100,000원을 더 주고 비즈니스 표를 끊었다. 국가의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인데, 나라의 녹을 먹은 퇴직한 늙은이가 한가롭게 해외여행이나 하니 이유야 어쨋튼 죄송할 따름이다.

 

뉴질랜드로 여행을 잡았지만 이 나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다. 스페인 옆의 포르투갈처럼 재수 없게 호주 옆에 조그맣게 붙어 있는 청정한 나라, 남반구에 위치하여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인 나라, 그리고 우리가 맛있게 먹고 있는 키위의 생산국. 이 정도. , 한 가지가 더 생각난다. 얼마 전 37세의 최연소로 여성 총리가 되었던 저신다 아던(1980년생)이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던 것. 그녀는 총리라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심신이 소진burnout)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총리에 오른 뒤 20186, 동거하던 연인 클라크 게이포드와의 사이에 니브 테이 아로하 라는 딸을 낳았다. 그리고 모유 수유를 위해 3개월이 된 딸과 유엔총회에 참석해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제 사임하면서 약혼자 게이포드에게 결혼식을 올리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우리의 정치 지형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낯선 나라가 뉴질랜드이다. 이 나라에서 나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218일 토요일이라 길이 막힐 것 같아 조금 일찍 떠났다. 공항에서 수속을 다 맞췄는데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아내가 비즈니스 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시아나 라운지에 가서 조금 간식도 하고 쉬기로 했다. 나는 아내와 41년간 살았으니까 잘 말하면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티켓 가진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우리의 규정입니다.” 문을 지키는 여자의 목소리는 시퍼런 칼날보다도 더욱 날카로웠다. 나는 웃으며 아내를 들여보내고 쓸쓸하게 뒷걸음으로 돌아 나왔다. 그리고 어둠침침하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글을 썼다. 그렇지.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이지. 소달구지가 수레를 끌던 시절은 멀리 지나갔어. 괜찮아. 비행기를 타면 곧 저녁이 나올거야. 눈물로 젖은 비행기 밥을 먹어야 비로소 인생을 논할 수 있을지도 몰라.

 

우리나라와 뉴질랜드는 서머타임이라 4시간의 시차가 난다. 인천에서 218일 오후 850분에 뉴질랜드 비행기를 타고, 19일 오후 12(현지시간)에 북섬의 오클랜드(Auckland)에 내려, 오클랜드에서 오후 3시에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오후 430분에 남섬에서 제일 큰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 도착했다. 여기는 정원의 도시이다. 지구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참으로 먼 길을 왔다. 지금 여기는 1030, 한국시간으로는 630, 호텔에서 글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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