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9, 산책)

이효범 2023. 2. 4. 12:31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9, 산책)

 

o 산책

 

구녕 이효범

 

산책은 철학자의 비밀병기다.

산책하지 않는 철학자는 삼류다.

서재에 앉아 밤새워 남의 글을 베껴 쓴다.

하이델베르크에는 네카르강을 따라 철학자의 길이 나있다.

칸트가 산책할 때 쾨니히스베르크 시민들은 시간을 맞추었다.

산책할 때 썩은 생각들은 가라앉고

살아있는 생각들만 의식의 지평으로 떠오른다.

세종 금강가에 가면 점심 후 걷고 있는 철학자를 볼 수 있다.

키는 작고 허벅지는 소크라테스를 닮았지만 얼굴은 온화하다.

왼쪽 눈은 동양을 오른 쪽 눈은 서양을 직시하고

부처처럼 이마에 제3의 눈을 기다리고 있다.

거북이처럼 걷고 있는 그에게 말을 걸어보라.

100중에 99는 모른다는 답변이다.

정치도 모르고 돈도 모르고 여자는 더더욱 모른다.

나이 70인데 아직도 무엇인가 찾고 있다.

잊어버린 자기를 찾으려고 오늘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