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부모의 자녀 사랑에 대해서8)
구녕 이효범
다섯째, 자녀와 친해져라
유교의 핵심 덕목은 오륜(五倫)이다. 그 중의 하나가 부자유친(父子有親)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친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의 이탈은 근본적으로 부모와의 친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인생에 실패하고 탕아가 되었을 때도 돌아갈 고향, 울면서 안길 친한 부모가 있다면 극단적인 악의 길은 피할 것이다.
우리의 가정은 아직도 전통적인 권위주의 사상이 남아 있어 부모와 자식 간에 진정한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못하다. 대화의 기회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침 일찍 직장에 나가 밤늦게 피곤한 몸으로 귀가하는 아버지는 일방적인 훈시나 명령으로 공부나 돈, 진학문제 등에 대하여 강요하고 있을 뿐, 대화의 내용이나 대화의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서로 반목하고 극단적으로는 깊은 상처를 남긴 채 원수가 되어 헤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자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가능한 많이 가지도록 노력하고, 여의치 못할 경우에는 그들의 정서를 완전히 파악하여 관심, 사랑, 배려가 담긴 대화를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적으로 나누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 문제가 일어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서로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식의 생활과 고민을 잘 알아 그것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상담해 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말은 특별히 아이의 모든 일에 신경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가령 아이가 학교나 학원 같은 곳에서 상을 타가지고 와서 자랑할 경우에 칭찬이나 격려를 해주라는 뜻이다. 그러한 칭찬이나 격려의 한 마디가 그 아이에게는 모든 일을 하는데 큰 자신감이 된다. 이런 면보다 좀 더 관심을 가져주는 부모라면 자기 자식이 어떤 일에 흥미가 있고 어떤 일을 잘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을 알아내어 그 쪽을 일찍부터 개발시켜 주면 아이들의 교육효과도 높게 나타나고, 사회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농경사회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 3대가 함께 살았고 농사도 같이 지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 집에 살아도 같이 식사하기 어렵고 하는 일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부모는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자녀가 좋아하는 놀이를 같이 하거나, 외출이나 여행을 같이 떠나야 한다. 이때 공감대가 형성되어 친밀한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다. 대화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라 자녀들의 눈높이로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해야 한다. 가끔씩 자녀의 공책을 들여다보고, 자녀에게 편지를 써 보내며, 자녀의 학교를 찾아가 보는 것은 자녀를 이해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자녀의 친구,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 등 사소한 것을 기억하여 대화의 소재를 끊임없이 만드는 것도 자녀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새교육공동체위원회’에서는 자녀와 가까워지는 9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솔직한 대화 나누기이다. 관심의 시작은 대화이며 부모는 자녀의 꿈과 관심거리에 대해 귀 기울이고 부모의 생각을 솔직히 말해야 한다. 둘째는 자녀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말하는 것이 가장 나쁘다는 것이다. 오히려 칭찬과 격려가 자녀의 마음을 되돌리는 기적을 낳는다. 셋째는 자녀에게 사랑의 편지를 써보라는 것이다. 친구처럼 사랑을 듬뿍 담은 편지를 보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 넷째는 마마보이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숙제나 방청소 등을 대신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녀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가정생활의 한 몫을 맡기면 자녀도 자신을 인정해 준다고 좋아할 것이다. 다섯째는 자녀와의 책읽기이다. 하루 10분만이라도 함께 책을 읽으면, 공부하라는 말보다 더 효과가 있고 친밀감 형성에도 좋다. 여섯째 지킬 수 없는 약속은 금물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부모는 불신을 주고 상처를 준다. 일곱째 자녀와 함께 하는 봉사 활동은 자녀의 올바른 인성과 사회성을 길러주고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유발하는데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여덟째 피해야 할 치명적인 것은 교사에 대한 험담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모가 나쁘게 얘기하는 교사나 학교를 자녀가 따를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아홉째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것이다. 학부모와 학교의 단절은 부모와 자녀의 단절을 의미한다. 가정통신문이나 학교신문을 열심히 읽고 가능하면 학부모회나 학교운영위에도 적극 참여한다. 학교살림을 알면 자녀의 생활이 보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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