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부모의 자녀 사랑에 대해서 6

이효범 2022. 11. 19. 07:56

o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부모의 자녀 사랑에 대해서 6)

 

구녕 이효범

 

셋째, 엄부자모가 되어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엄격하고 근엄하며 형식과 예절을 지키려 애쓰는 노력을 보수적, 권위주의적 또는 융통성 없는 꼴통이라고 폄하시키는 경향이 생겼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세대들은 엄격하게 행위의 원칙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을, ‘라떼(나 때)는 말이야를 즐겨 쓰는 꼰대로 낙인찍어 버린다.

 

대다수의 부모들은 자식들의 요구와 희망에 아부하듯 동조해버린다. 자식들의 요구와 고집에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또는 어떤 장기적인 자녀양육의 계획을 가지고 그들의 요구와 주장이 옳고 그른지, 또는 합리적인지, 비교육적인지를 따져보려는 부모는 많지 않다. 부모가 서로 앞장서서 아이들의 환심을 사려는 아부경쟁조차 보이고 있다. 가정에서도 엄격한 행위규칙을 내세우는 사람은 자녀에게 매력적이지 못한 엄마, 또는 아빠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엄마, 아빠들이 자녀들의 요구와 주장에 굴복해서 원칙과 기준을 요구하는 인기 없는 태도를 쉽게 포기해 버린다. 실상 자녀들에게 엄격하려면 자신에게도 엄격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불편하고 아이들도 불편하여, 아이들로부터 불평만 듣게 되고 인기 없는 부모가 되어 버린다. 이런 사회생활의 메카니즘이 가정에도, 학교에도, 또 직장 내에도 만연되어 있다.

 

예전에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인권을 부당하게 유린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승의 사랑의 매가 아니라, 을에 대한 갑의 화풀이에 가까운 처벌이 교육현장에서 행해졌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한 중학교 영어 수업 시간에 학생이 칠판 앞에 누워 수업하는 교사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다른 학생은 상의를 탈의한 채 수업을 듣고 있어 논란이 되었다. 학생에 의한 교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선생님은 속수무책이다. 직장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구태여 직장 내에서 까다롭고 엄격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냥 자기의 부하 직원이나 동료 또는 상사에 대해서 원칙과 기준을 지키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일수록 생활의 기준과 원칙에 대한 감각이 흐리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킬 행위규칙과 규범이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지 못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우리 가정이나 사회를 통해서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자식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부모가 그냥 자기 편안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면, 아이들도 그렇게 배우게 될 것이다. 부모들이 무엇인가 원칙을 세워놓고, 그 기준에 따라 살려고 무던히 애쓰는 것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자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

 

예로부터 엄부자모(嚴父慈母)’라고 했다. 아버지는 자녀를 엄격하게 대하고 어머니는 인자하게 감싸 안으라는 것이다. 오늘의 아버지들은 도구적, 수단적 역할을 담당하고 가정의 경제적 담당자로서 생활비를 조달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자녀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머니보다는 덜 친숙하며, 항상 밖에서 생활해야 하므로 가정의 자녀에 대해서는 간접성, 부재성, 소극성의 성격을 띤다. 그래서 아버지가 있는 가정조차도 아버지의 부재현상을 보이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자녀양육의 책임을 전적으로 어머니에게만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버지의 역할을 올바로 인식하고 가정 및 자녀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아버지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아버지는 가정의 통솔자로서 어머니와 협력하여 가정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어머니는 맹목적인 애정으로 감정에 치우치며 판단이 흐려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아버지는 모순을 가려내어 이성적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공정하게 해결하는 역할을 하며 자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 1회 자녀와 아버지 둘만의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경건한 유태인의 아버지는 1주일 중에 하루를 자녀 교육을 위하여 바친다. 그 날 아버지는 정장을 하고 자녀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서 지난 한 주일의 생활을 점검하고 교훈을 한다. 아버지의 무게 있는 교훈은 자녀의 심금을 울려주고, 그것은 평생 살아가는 동안 삶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가정교육에서의 아버지의 권위 있는 존재는 바로 정신교육의 주관자라는 점에서 더욱 뜻이 있다. 인격 형성을 위한 정신교육은 두 가지 기본조건을 필요로 한다. 하나는 정신교육을 위한 분명한 지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격을 본받을 만한 모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신을 심어주는 일은 지식을 전달하거나 기능을 가르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개인적인 교훈에 의해서 혹은 가훈을 통해서 분명한 정신 교육의 지표를 제시해주고, 그것을 자녀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말하자면 한 인격체의 모형이 되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으로서, 어머니를 통해 사회화의 기초가 형성되며 모든 욕구의 충족이 가능하다. 어머니는 자녀의 신체적, 언어적, 정서적 발달을 위해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며 자녀의 성격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어머니의 정서적 보호는 자녀의 정서와 성격을 성공적으로 형성, 발달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자녀 사이, 가정과 사회 사이의 교량적 역할을 한다. 어머니는 가정에서 조정자의 위치에서 아버지와 자녀간의 유대관계를 원만히 또는 두텁게 해주어야 한다.

 

부모 자신이 일관성 있고 바람직한 훌륭한 본보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성실하고 겸허한 생활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자녀로부터 존경받도록 해야 한다. 부모 스스로가 인격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면, 부모로서 진정한 권위가 서지 않고 자녀들의 불신감만 조장하게 된다. 자녀에게 규율을 지키게 하기 위해 부모는 몸소 실천하고 협력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부모가 그 날의 일을 반성하고 내일을 위해 노력하며, 항상 바른 생활 태도로 건전한 시민정신이 깃든 민주적인 가정생활을 솔선수범할 때,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건전한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