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5-1. 그레이엄 월러스의 창의적 사고 과정

이효범 2022. 6. 17. 16:18

5. 창의적 사고 과정

 

창의적 아이디어는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이 한 순간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소요되는 시간은 문제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완성은 일정한 과정을 걸쳐 이루어진다. 창의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창의적 사고의 과정을 몇 단계로 나누고 이들 각각의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분석함으로써 창의성을 보다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이런 단계를 구분하고 그 특징을 설명하는 것은 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 대표적인 2가지 입장을 살펴볼 것이다.

 

5-1. 월러스(Graham Wallas)의 창의적 사고 과정

그레이엄 월러스는 창의적 사고의 단계를 연구했던 중요한 선구적 학자이다. 그는 1926년 자신의 저서 ?사고의 기술(The Art of Thought)?에서 창의적 사고의 단계를 넷으로 나누었는데, 이 사고의 4 단계설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창의적 문제 해결의 전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 준비단계(preparation stage, 자료의 준비)

문제를 분명하게 정의하는 단계이다. 문제를 의식하고 여러 각도에서 분석함으로써 그 문제를 정의하고 원인을 탐구한다. 문제를 명료하게 한다는 것은 곧 그 해결안을 조명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거꾸로 문제를 막연하고 일반적인 용어로 진술할 경우에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불분명해진다. 이 단계에서는 문제를 정의할 뿐만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찾는 사업가는 관련 서적을 읽고, 시장을 조사하고,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현장을 방문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성공했는지 배워야 한다.

 

(2) 부화단계(incubation stage, 무의식적인 정신 작용)

완성하고자 하는 문제는 단지 의식만 하고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우리는 오랫동안 한 문제만을 지속적으로 의식할 수도 없다. 문제에 대해서는 일정한 중간 휴지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요리를 할 때 냄비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불을 붙이지만 완전한 맛이 나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유능한 요리사라해도 의식적으로 무엇인가 하기 보다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문제와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화란 문제 해결에 대해서 언제나 마음을 쓰고 있다는 뜻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한 실제적 활동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소극적인 무의식적 활동으로서, 개인이 원래의 문제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생각을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는 적극적인 무의식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서 다른 문제 상황에 관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원래의 문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무의식적인 정신작용을 활성화시키는 활동으로 산책, 샤워, 수영, 명상, 운전, 정원 가꾸기, 뜨개질, 목공일, 머리비우기, 아무것도 하지 않음 등등이 있다. 혹은 암벽 등반, 스키, 고공낙화 같은 힘든 활동들도 때로는 효과적일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무의식은 아이디어들을 서로 이어준다. 아이디어들을 이어주는 과정에서 정신은 여러 가지 과정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것을 다른 아이디어와 병렬시킨다. 또 두 아이디어를 혼합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또 여러 아이디어들을 결합해서 그것이 꼭대기나 바닥 부분에서 서로 통합되도록 한다. 또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희미한 윤곽에서부터 시작하여 효과가 있는 단 하나의 중심 개념을 찾아내기 위해 선택의 영역을 좁혀 포위하기도 한다. 또 오래된 아이디어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기 위해 상상과 공상을 사용하기도 한다.

 

(3) 발현단계(illumination stage, 몇 가지 해결안의 암시)

부화가 충분히 이루어지면 순간적으로 알이 깨지면서 병아리가 나오듯이, 무의식적 정신 작용이 충분히 이루어지면 감추어져 있던 아이디어가 아하! 하고 떠오르는 단계를 발현단계(조명단계)라고 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밀려오는 에너지의 양이 너무나 엄청나서 꼭 벽돌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산 속에서 오랫동안 참선하던 스님이 화두(수수께끼)가 깨지면서 확연대오하여 자신도 모르게 덩실덩실 춤추는 상태라고나 할까? 현대 과학에서 거의 대부분의 창의적인 결과물들은 바로 조명단계에서 산출되었다.

프리드리히 케쿨러는 1865년 어느 날 불 옆에서 졸고 있다가 갑자기 유기화합물의 분자들이 개방구조가 아닌 고리형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불 옆에서 졸고 있었다. 다시 원자들이 내 눈앞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욱 작은 그룹들이 뒤쪽에 분명하게 보였다. 이런 현상이 반복된 까닭에 더욱 예리해진 내 정신의 눈은 복잡한 배열들 속에서 더 큰 구조들을 구별하여 볼 수 있었다. 길게 옆으로 배열되어 있었으며 아주 가까이 서로 다가가고 있었다. 뱀의 움직임처럼 서로 꼬이고 엉키면서. 그러나 이것이 무엇인가? 그 뱀들 중의 하나가 그 자신의 꼬리를 찾아서 물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조롱하듯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번갯불에 놀란 듯이 나는 잠에서 깨냈다.”

이런 조명단계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를 조명기의 불가해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발현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무의식에서 의식적인 영역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며, 그 과정은 가장 느긋하고 스트레스가 없을 때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조바심을 가지고 강박적으로 해답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해답은 우리에게서 도망간다. 그럴 때 일수록 느긋한 마음을 갖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쉬고 있으면, 머리는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가고, 해답은 다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낼 것이다.

 

(4) 검증단계(verification stage, 해결안의 검토 및 발전)

발현단계에서 암시된 해결안으로서의 아이디어가 적절한 것인지를 검증하는 단계이다. 적절한 것으로 판정되면 그 아이디어를 완전한 아이디어로 정리하여 적용하게 된다. 적용하는 과정에서 그 아이디어는 계속적으로 검토, 발전하게 된다. 어떤 아이디어는 빨리 결실을 맺지만 어떤 아이디어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아이디어도 우리의 열정과 즐거움, 그리고 재능과 능력이 모아져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적절하게 보살펴질 때에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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