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08, 감사)

이효범 2022. 6. 11. 05:52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08, 감사)

 

o 감사

 

구녕 이효범

 

두 눈이 주어진 걸 감사한다.

당신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으니

 

하나의 입이 주어진 걸 감사한다.

당신만을 사랑한다 늘 말할 수 있으니

 

두 귀가 주어진 걸 감사한다.

당신의 고운 말을 들을 수 있으니

 

하나의 코, 두 개의 콧구멍이 주어진 걸 감사한다.

당신의 난초 같은 몸 향기를 맡을 수 있으니

 

두 다리가 주어진 걸 감사한다.

산 넘고 물 건너 당신에게 다가갈 수 있으니

 

두 팔이 주어진 걸 감사한다.

당신을 따뜻하게 껴안을 수 있으니

 

두 손이 주어진 걸 감사한다.

한 송이 꽃을 꺾어 당신에게 선물할 수 있으니

 

하나의 심장이 주어진 걸 감사한다.

당신과 함께 평생을 떨리면서 동반할 수 있으니

 

후기:

우리 몸은 오묘합니다. 지금 주어진 몸도 하나의 완결된 모습이지만, 아리스토파네스가 말한 것처럼 하나의 완전한 球形에서 둘로 나누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플라톤이 쓴 향연에 보면 사랑에 관한 아리스토파네스의 열변이 나옵니다. 리스토파네스는 남녀 양성의 신화를 들어 사랑을 말합니다. 옛날 사람의 조상은 지금의 우리와 비교해 볼 때 모든 것이 두 배였으며, 우리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관성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등과 허리가 둥근 구형의 몸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손이 넷, 발도 넷, 아주 둥글고 긴 목 위로 완전히 똑같은 얼굴이 둘 그리고 서로 반대쪽에 있는 두 얼굴을 하나로 합친 머리가 하나, 귀는 네 개, 생식기는 두 개가 있었고, 모든 나머지는 거기에 맞추어 있었습니다. 인간 조상에게 생식기가 두 개씩 있었다는 말은 인간에게 세 가지의 이 존재했음을 의미합니다, 즉 둘 다 남성 생식기인 경우, 둘 다 여성 생식기인 경우, 그리고 양성(남여성, androgynos) 모두를 가지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남성은 태양에서, 여성은 땅에서, 양성은 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찌나 힘이 세고 용감했던지, 사다리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 신들과 싸움을 벌일 정도였습니다. 화가 난 제우스는 벌로서, 그들을 위에서 아래로 마치 두부를 자르듯이 두 쪽으로 쪼개버렸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통일성, 완전성, 행복은 두 동강이 났습니다. 그 이후 사람들은 자신의 짝을 찾아 헤매게 되었습니다. 자기의 나머지 반쪽을 찾아 과거의 완전했던 몸을 회복하려는 노력, 열망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아리스토파네스에게 있어서는 오직 사랑만이 우리에게 우리의 본연의 모습을 회복시켜 주며 우리의 병을 고쳐서 행복하게해줍니다. 이런 사랑은 두 사람을 친밀하게 하나로 묶어줍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더 이상 한 순간이라도 떨어져 홀로 있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아리스토파네스에게 있어서 진정한 사랑이란, 우리의 본모습과 통일성을 회복시켜 주는 사랑, 온전한 것에 대한 사랑, 우리를 고독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사랑, 이승에서든 전생에서든 간에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안겨주는 사랑입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말대로 근원적 통일성의 회복이 사랑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이성과의 사랑이든 동성 간의 사랑이든, 이런 사랑으로 만난 부부라는 하나의 팀은 신과 싸움을 벌일 수 있을 만큼 자신만만합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사랑은 어떤 사랑이든 간에 근본적으로는 하나의 감정에 불과합니다. 七情(喜怒哀懼愛惡欲)이라는 감정은 쉽게 변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제는 당신 없으면 못 산다고 울고불고 했지만 오늘은 아무렇지 않게 다른 연인에 빠질 수 있습니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 감정입니다. 그러므로 부부관계를 평생 지속하려면, 아리스토파네스의 열변을 넘어, 사랑의 감정에만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