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10, 남자 나이 69)
o 남자 나이 69
구녕 이효범
장관이 되기에는 너무 늦었다.
억만장자 되기에는 너무 늦었다.
불후의 명저 남기기에는 너무 늦었다.
젊은 미녀와 연애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사이비 종교 교주되기에는 너무 늦었다.
밥도 고봉으로 먹고 똥도 잘 싸는데,
아는 것도 많고 지혜도 조금 생겼는데,
언제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데,
세월아,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마누라는 저렇게 밖에 나가 잘만 노는데,
방구석에서 카톡만 보고 살란 말이냐.
남자 나이 69.
환장할 나이.
후기:
남자 나이 69살은 애매하다. 다리는 아직 건장하고 팔뚝은 힘이 넘쳐나는데, 사회에서 밀려나 소속감을 상실하고, 적극적으로 매달릴 일도 사라졌다.
미래도 알 수 없다. 재수 없으면 120살까지 살게 될 것이고, 아니면 예고 없이 내일 세상을 하직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살란 말인가? 도무지 알 수 없다. 남자 나이 69, 환장할 나이이다.
'이효범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12, 가을, 서점에서) (0) | 2022.09.06 |
---|---|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11, 나무와 매미) (0) | 2022.08.20 |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09, 잡고 싶은 말) (0) | 2022.07.30 |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08, 감사) (0) | 2022.06.11 |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07, 기저제) (0) | 2022.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