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마난 후기가 달린 시(110, 남자 나이 69)

이효범 2022. 8. 4. 06:41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10, 남자 나이 69)

 

o 남자 나이 69

 

구녕 이효범

 

장관이 되기에는 너무 늦었다.

억만장자 되기에는 너무 늦었다.

불후의 명저 남기기에는 너무 늦었다.

젊은 미녀와 연애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사이비 종교 교주되기에는 너무 늦었다.

밥도 고봉으로 먹고 똥도 잘 싸는데,

아는 것도 많고 지혜도 조금 생겼는데,

언제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데,

세월아,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마누라는 저렇게 밖에 나가 잘만 노는데,

방구석에서 카톡만 보고 살란 말이냐.

남자 나이 69.

환장할 나이.

 

후기:

남자 나이 69살은 애매하다. 다리는 아직 건장하고 팔뚝은 힘이 넘쳐나는데, 사회에서 밀려나 소속감을 상실하고, 적극적으로 매달릴 일도 사라졌다.

미래도 알 수 없다. 재수 없으면 120살까지 살게 될 것이고, 아니면 예고 없이 내일 세상을 하직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살란 말인가? 도무지 알 수 없다. 남자 나이 69, 환장할 나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