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민족 갈등과 공격성
인간본성에 관한 진화심리학적 관점은 인류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을 직시하게 하고 진지한 대한을 마련하게 한다. 그 중 하나가 민족 갈등이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대부분 민족과 민족주의가 빚어낸 갈등의 역사이다. 인간이 지닌 자민족주의적 경향은 타고난다. 이 경향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민족 집단 또는 민족국가에서 독립이라는 대의大義에 하나도 기여하지 않은 구성원(불로소득자)도 독립을 이루기 위해 생명의 위협을 무릅썼던 사람들(열성당원)만큼이나 민족 운동의 성공이 가져다준 이득을 보게 된다. 민족 집단은 확대가족이고. 민족 집단의 구성원들은 서로 결혼하기 쉽기 때문이다. 자신이 결혼할 사람 또는 자기 자식이 결혼할 사람을 낳은 부모 또는 자기 손자손녀가 결혼할 사람의 조부모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돕는 경향이 있는 유전자는 진화과정에서 선택되어 널리 퍼질 것이다. 그래서 민족운동에 헌신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는 비합리적이지만, 진화적이고 생물학적으로는 합리적이다. 즉 개인의 관점에서는 비합리적이지만,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다.
이런 자민족중심주의 경향은 극복할 수 있다. 집단 간 교차결혼이 좋은 해결책이다. 인간의 뇌는 결혼한 개인에게 생기는 ‘확대가족’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우리’이며, 속하지 않는 사람은 ‘남들’이라고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적 인간이해는 인간이 가진 공격성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인간의 공격성도 타고난다. 인간의 공격 행동은 종 특이성을 띠고 있다. 어느 종의 공격성이란 사실상 신경계 내에서 각기 별도의 통제를 받는 서로 다른 반등들의 배열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적어도 일곱 가지 범주는 구분이 가능하다. 영토의 방어와 정복, 잘 조직된 집단 내에서의 서열 찾기, 성적인 공격성, 젖을 떼기 위한 적대 행동, 먹이를 향한 공격성, 포식자에 대항하는 방어형 역공, 사회 규범을 강화하는데 쓰이는 도덕적이고 훈육적인 공격성이 그것이다.
같은 종의 구성원 사이에 일어나는 공격 행동들은 대부분 환경의 과밀화에 대한 응답이다. 주변의 개체 밀도가 점차 높아질수록 위험과 공격은 강화되고 더 빈번해진다. 그런 행동은 개체군의 구성원들을 공간적으로 흩어 놓고,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출생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프로이트와 로렌츠가 제시한 욕구-배설 모델은 유전적 가능성과 학습 사이의 상호작용에 바탕을 둔 더 미묘한 설명으로 대체되고 있다. 인간의 공격 행동이 유전자와 환경 사이의 구조적이고 예측 가능한 상호작용 패턴이라는 관점은 진화론과 부합된다. 텃세는 공격행동의 변형 형태이다. 핵심 자원을 경제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 때만 즉 영토 방어를 통해 얻은 에너지와 생존율 및 번식률 증가가, 영토를 방어하는 데 든 에너지와 상해 및 사망 위협을 초과할 때만, 동물 종의 텃세 행동이 진화한다.
공격성의 문화적 진화는, 공동체가 지닌 특정한 유형의 공격성을 학습하도록 편향된 유전적 성향, 사회와 직접 접촉하고 있는 환경이 부과하는 필연성, 특정한 문화적 혁신을 채택하도록 편향된 그 집단의 역사, 이 세 힘이 통합되어 이끈다. 그러므로 인간의 공격성은 어둠의 천사가 일으키는 폭풍이나 야수 본능으로 설명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잔인한 환경에서 양육된 병리학적 증상도 아니다. 인간은 외부의 위협에 비합리적인 증오심으로 반응하고, 꽤 넓은 여분의 범위까지 고려하여 그 위협의 근원을 압도할 수 있을 만큼 적개심을 고조시키는 성향이 강하다. 우리는 사람들을 동료와 이방인으로 구분하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방인들의 행동에 매우 두려움을 느끼고 공격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다. 이런 학습 규칙들은 지난 수십만 년에 걸친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진화해 온 것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그런 규칙들을 최대한 성실하게 지키는 사람에게 생물학적 이익이 제공되기 쉽다.
■더 읽을거리
▪앨런 s. 밀러, 가나자와 사토시, 박완신역, 『진화심리학』, 웅진지식하우스, 2008.
▪에드워드 윌슨, 이한음역, 『인간본성에 대하여』, 사이언스북스, 2000.
▪에드워드 윌슨, 이한음역, 『지구의 정복자』, 사이언스북스, 2013.
▪스티븐 미슨, 윤소영역, 『마음의 역사』, 영림가디널, 2001.
▪피터 싱어, 김성한역, 『사회생물학과 윤리』, 인간사랑, 1999.
▪전충환, 『오래된 연장통』, 사이언스북스, 2010.
▪데이비드 버스, 『진화심리학』,
▪앨런 피즈.바바라 피즈, 이종인역,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가야넷, 2000.
▪최재천, 『통섭의 식탁』, 명진출판, 2011.
▪존 올콕, 김산하공역, 『다윈에드워드 윌슨과 사회생물학의 승리』, 동아시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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