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의식의 발달
의식의 발달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는 인지발달이 필요하다. 우리는 세계를 분석적으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뉴턴 및 데카르트식의 당구공 세계를 믿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세계와 거대한 ‘생명의 그물(Web of Life)’인 세계를 믿어야 한다. 그리고 가부장적 분열이 아닌 전일적全一的 여신과 가이아Gaia의 맥락에서 지구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전일적 사고나 시스템적 사고, 네트워크적 사고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사고를 한다고 해서 영적인 발달이 곧바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적 성숙은 내적 의식의 변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내적 의식을 변용시키기 위해서는 내적 수행이 있어야 한다.
내적 수행은 종교적 체험을 의미한다. 그런 체험은 종종 적극적 의식, 명상적 지도, 샤먼적 여행, 집중 명상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영적 수행에 의해 유도되거나 안내된다. 이 모든 수행방식은 영에 대한 단순한 믿음이나 이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영을 생생하게 체험하도록 한다. 물맛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자로 하여금 직접 물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의식의 발달에는 명상을 통한 수행이 필수적이지만 때로는 병리 현상에 대한 치료로 필요하다. 의식의 사다리를 오르는 자기는 에고중심, 사회중심, 세계중심, 신중심의 의식수준으로 항해해 감에 따라 정체성은 확장되고 심화된다. 즉 자기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발달할 때 그 구조는 복잡해지면서 분화-통합(초월-포함)의 정도가 증가하는데 반해, 그 단계에 머물거나 퇴행할 경우 조직화 수준이 떨어지고 분화-통합은 감소한다. 자기는 낮은 수준에서 분화되어 다음에 오는 높은 수준과 동일시하며 발달한다. 분화하는 제1과정은 동일시와 융합이다. 자기는 자각 인식의 새로운 수준으로 한 걸음 올라가야 하고 자신을 그 수준과 동일시하며 하나가 된다. 제2과정은 탈동일시와 차별화이다. 자기는 그 수준을 넘어 이동하기 시작하거나 그로부터 차별화, 탈동일시, 초월한다. 제3과정은 통합이다. 더 상위적인 수준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하위 수준을 포함하고 자신의 중심을 위치시킨다.
자기는 이전 단계를 품고 초월하여 다음 단계로 발달(development)한다. 새로운 수준이 펼쳐질 때마다 그것은 이전 수준을 품고 전개(envelopment)된다. “그래서 감싸고 펼쳐지기, 품고 발달하기, 포함하고 초월하기, 보존하고 부정하기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유실되지 않고 모든 것이 보존된다.” 이런 의식의 진화과정에 실패하면 자기는 기형, 불구, 협소해지며 강한 감정에 고통스럽게 압도되어 극심한 기분변화, 충동통제의 어려움, 발달지체가 일어난다. 즉 각 사다리의 분기점(fulcrum) 또는 이정표에서 분화에 실패할 때는 융합/고착/정체가 발생하며, 통합에 실패할 때는 억압/소외/파편화가 일어난다. 의식의 수준마다 병리현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윌버는 탄생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자기의 여정에서 질적으로 구분되는 10개의 중요한 분기점과 그에 따른 병리 현상을 제시한다.
(1) 분기점-0(Fulcrum-0, 탄생 분기점 ): 분기점-0에서 태아가 출생 전 자궁내 상태에서 자궁과 초기에 융합하고 그 후 분화하여 자궁이후 상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출생외상을 입을 수 있다. 이것은 수축·분만 과정에서 고통의 심리적 외상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
(2) 분기점-1(Fulcrum-1, 신체자기 분기점): 분기점-1에서 자기가 물리적 환경에 제대로 분화되지 못하거나 그 환경의 이미지를 통합하지 못하면, 개인은 어디에서 자기 신체가 끝나고 어디에서 환경이 시작하는지 알지 못하고 환각 중세를 일으킨다. 이 단계에서 장애는 불안하게 만드는 자기 경계의 결여, 유아적 자폐증, 특정 형태의 정신병에 기여한다.
(3) 분기점-2(Fulcrum-2, 정서자기 분기점): 분기점–2에서 정서적 신체 자기가 스스로를 타인과 분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 결국 자기애(타인을 자기의 연장으로 취급한다), 경계선장애(자기의 취약한 경계를 타인이 끊임없이 침범하고 파괴한다)가 생긴다.
(4) 분기점-3(Fulcrum-3, 자아개념 분기점): 분기점-3에서 분화에 실패하면 불안정한 정서적 자기와의 융합이 일어나는 반면, 통합에 실패하면 새롭게 탄생하는 정신적-에고적 자기가 정서적 자기를 억압하는 전통적인 정신신경증(종종 오이디푸스/엘렉트라로 요약되는), 즉 불안, 우울, 공포, 강박행동장애, 새롭게 내면화된 초아자의 지배 아래 과도한 죄책감이 일어난다.
(5) 분기점-4(Fulcrum-4, 역할자기 분기점): 규칙/역할 마음이 출현하면 자기의 무게 중심은 그 파동과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자기는 타인의 역할을 취하면서 자기 중심/전인습적 단계에서 사회 중심/인습적 단계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 일반적 파동에서 무언가가 잘못되면 각본병리(script pathology)가 발생한다.
(6) 분기점-5(Fulcrum-5, 성숙한 에고 분기점): 자기 반성적 에고가 출현하면서 인습/순응주의자 역할과 신화적 멤버십 자기(페르소나)에서 후인습적, 전 지구적, 세계 중심적 자기, 즉 성숙한 자기단계로 무게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자기는 ‘정체감 대 역할 혼동’에 직면한다. 사회(인습적 윤리, 규칙, 역할)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릴 때 자기가 누구이며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는 혼란이 발생한다. 에릭슨은 이 시기의 많은 문제를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로 요약하고 있다.
(7) 분기점-6(Fulcrum-6, 켄타우로스 분기점): 충분히 통합된 심신체(혹은 켄타우로스적 자기)의 가능성과 함께 주마등같은 비전-논리의 관점이 생기며 실존적 쟁점과 문제(삶과 죽음, 확실성, 심신체의 완전한 통합, 자기실현, 전 지구적 자각, 전일적 포용 등)가 전면에 부각된다.
(8) 분기점-7(Fulcrum-7, 심령 분기점): 그저 스쳐가는 절정 경험이 아니라 새롭고 높은 구조로써 초개인 영역이 초점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면서, 새롭고 높은 병리가 일어날 가능성도 함께 일어난다. 즉 심령단계인 샤먼/요기의 길은 거친 영역과 거친 심신의 에너지 흐름을 다루면서 사하스라라(첫 번째 차크라부터 머리 정수리에 있는 일곱 번째 차크라에 이르는 에너지 흐름 혹은 샥티(shakti)로 이끌 수 있다.
(9) 분기점-8(Fulcrum-8, 정묘 분기점): 정묘단계인 성자의 길은 종종 네 번째 혹은 다섯 번째 차크라에서 시작하여 사하스라라로, 그리고 들을 수 있는 계시와 빛의 후광, 소리와 같은 수없이 많은 내부와 저편의 영역으로 움직여 가서 때로는 순수한 무형의 몰두에서 절정에 달한다.
(10) 분기점-9(Fulcrum-9, 원인 분기점): 원인 단계인 현자의 길은 원인계의 순수한 空을 이해하며 종종 그것을 뚫고 나아가서 모든 형태의 주관-객관의 이원성이 완전히 해소되고 비이원성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비이원단계인 싯다(siddhas, 성취한 사람)의 길은 비이원 신비주의를 다루는데, 이는 항상 현재 이 순간 모든 몸짓에서 이미 언제나 성취되어 있다.
발달의 각 수준에서 발생하는 병리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므로 이것들을 치료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심리학, 정신의학, 명상적 영성치료 등에서 개발된 수많은 기법들 예를 들어 정신분석, 게슈탈트, 신경언어적 프로그램밍, 홀로트로피 호흡법, 교류분석, 생물학적 심리치료, 요가 등이 각각의 병리 현상의 치료에 동원될 수 있다. 이런 도움으로 자기는 건강하게 대 둥지 전체를 완전하게 진화하거나 발달해나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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