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소외는 어떻게 극복되는가?
마르크스가 생각한 진정한 인간 본성의 실현은 소외의 극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소외 현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는 타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본주의의 두 기둥인 사유 재산 제도와 분업이 철폐되어야 한다.
자본주의하의 산업 시대에 있어서는 어떠한 형태의 노동도 사유 재산의 대상이 되며, 결과적으로 인간은 전반적으로 자기 창조의 활동으로부터 소외되었다. 산업화로 인해 사유 재산에 내재해 있던 인간의 물화物化가 완성되었고, 인간은 물건을 만드는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상태는 비인간적이다. 비인간적인 사회를 극복하고 인간의 해방을 위해서는 사유 재산은 철폐되어야 한다.
사유 재산은 우리를 아주 어리석고 편향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 그것을 사용할 때에만 우리 것으로 되는 것이다. (…) 그리하여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모든 감각은 단지 이러한 감각들이 소외된 상태로 존재하는 소유 의식에 의하여 대체되는 것이다. (…) 따라서 사유 재산의 초월은 인간의 모든 감각 및 속성의 완전한 해방인 것이다.
또한 마르크스에 따르면 분업을 통하여 노동과 그 생산물 분배의 불평등이 초래되고 사유 재산이 그 결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분업과 사유 재산은 동일한 표현에 불과하며, 분업이 활동 그 자체라면 사유 재산은 그 활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노동의 분업은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착취한 것으로서 점차적으로 인간적사회적 존엄성을 박탈한다. 때문에 사유 재산뿐만 아니라 분업을 철폐하는 데서 소외는 극복될 수 있다. 그리고 소외가 극복된 사회가 바로 공산 사회이다. “공산주의는 사유재산의 철폐이며, 인간 소외의 극복이고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본질의 회복이다. 따라서 그것은 사회적 존재, 즉 참으로 인간적인 존재로의 인간회복이며, 이전까지의 발전을 자기 것으로 하는 완전하고 의식적인 회복이다. 공산주의란 충분히 전개된 자연주의로서 휴머니즘이며, 충분히 전개된 휴머니즘으로서 자연주의이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해온 모순의 참된 해소이다. 실존과 본질, 대상화와 자기 확신, 자유와 필연, 개인과 류類 등등 사이에 존재해 온 투쟁의 참된 해소이다. 공산주의란 역사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곳이며, 스스로를 해답으로서 의식하는 사회이다.”
마르크스는 소외되지 않은 사회를 황홀하게 묘사하고 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사물을 생산하고 있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생산을 통하여 우리 모두는 각자와 더불어 타자를 동시에 확증하게 될 것이다. 내가 참여한 생산을 통하여 나는 나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대상화시킬 것이며 또한 나의 활동이라는 과정 속에서 개인적 삶을 즐기게 될 것이다. 나는 사물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나의 인격을 객관적이며 감성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의심할 여지없는 힘으로써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개인적인 희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생산물을 당신이 사용하고 그러므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나는 나의 모습이 인류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또한 인간의 본질을 대상화하는 것이었으며, 또 다른 인간의 필요에 부합하는 대상을 창조하는 것임을 알게 됨으로써 직접적이고도 의식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당신과 인류 사이를 매개시켜 주는 매개자가 되며, 당신은 나를 당신의 본질의 복구자로서, 당신 자신의 필수적인 부분으로서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당신의 사유 속에서뿐만 아니라 당신의 사랑 속에서 긍정될 것이다. 나의 개인적 삶을 통하여 나는 나의 진정한 인간적사회적 본질을 직접적으로 긍정하고 실현시킬 것이다.
이런 이상 사회에서는 분업이 사라진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 아무도 전문적인 활동을 가지지 않고, 각자는 그가 희망하는 여하한 분야에서도 자신을 훈련시킬 수 있다. 사회가 전반적인 생산을 규제하기 때문에 나는 오늘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내일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며, 아침에 사냥을 가고 오후에 낚시질을 하며 저녁 때에 가축을 먹이고 저녁 후에 비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뿐이고 결코 사냥꾼이나 어부나 목축업자나 비평가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더 읽을거리
▪강재윤, ?칼 마르크스의 인간론?, 대왕사, 1983.
▪정문길, 『소외론연구』, 문학과지성사, 1982.
▪R. 터거, 김학준 공역, ?칼 마르크스의 철학과 신화?, 한길사, 1983.
▪E. 프롬, H. 포핏츠, 김창호 역, ?마르크스의 인간관?, 동녘, 1983.
▪E. 프롬 편, ?사회주의 인간론?, 사계절, 1982.
▪A. 뮈슬리프첸코, 진영민 역, ?인간?, 논장,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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