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 하나님의 형상
창세기 1장 26절과 27절을 보면, 인간은 다른 피조물들과는 달리 ‘하나님의 형상(Imago Dei)’대로 창조되었다. 그런데 이 말을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여기에는 형이상학적, 신학적, 성서적 해석이 가능하다.
형이상학적 해석에 따르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은 하나님의 본질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사람이 만들어졌다는 말은,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본질이나 속성이 들어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내재하고 있는 영혼, 정신, 로고스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신학자 니버Rienhold Niebuhr는 하나님의 형상을 ‘사람의 정신적 능력 안에 있는 고도의 자기 초월성’이라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초월성이란 사람이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하나님과 만남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사람이 처음부터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교리학에 있어서 타율주의와 사변을 배격하였으며 기독교적 사회 운동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독일의 신학자 틸리히Paul Tillich는 바로 이 사실을,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창세기 1장 26절)에서 ‘우리의 모양’을 가리키는 시미리튜도 similitudo(닮음)의 의미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신학적 해석은 그 의미 부여에 있어서 다양성을 띤다. 성 어거스틴(아우구스티누스), 루터, 칼빈 등은 하나님이 주신 어떤 ‘실체적인 요소’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본다. 성 어거스틴은 이성과 자유의지가, 루터와 칼빈은 어거스틴의 입장을 수용하되 에베소서 4장 24절과 골로새서 3장 10절에 따라, 의와 진리와 거룩함과 지식들이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주장한다.
신정통주의자인 에밀 브루너E. Brunner와 칼 바르트Karl Barth는 하나님의 세 위격간의 관계성이 하나님의 형상이며, 사람은 이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기 때문에, 하나님 그리고 다른 사람들 간의 인격적인 관계성 속에서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마틴 부버M. Buber의 대화주의對話主義에서 영향을 받아, 한 인간이 세계 안에서 태어나 다른 인간을 만나는 것이 그의 삶의 시초라고 주장한 브루너는, 하나님의 형상을 ‘형식적 하나님 형상’과 ‘실질적 하나님 형상’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형식적 하나님 형상은 사람이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격적 존재로서 하나님의 물음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람은 실질적인 하나님의 형상을 이루어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은 사랑 안에 있는 존재로서, 사람 자신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르트도 하나님의 형상을 인간존재와 구조, 성향과 능력 등에 관한 인간학적 기술에서 찾으려는 시도를 거부하고 인간존재의 만남 기능 속에서 찾으려고 하였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세기 1장 27절)에서처럼,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 대해 나와 너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또한 인간과 인간이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 서로 대면한다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대면적 관계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도, 그리고 하나님 안의 세 위격 간의 관계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성서적 해석을 들 수 있다. 폰 라트von Rad는 창세기에 나오는 하나님의 형상은, 하나님의 형상 그 자체가 어떤 것이냐에 강조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전후 관계로 보아 그 목적에 강조점이 있다고 보았다. 하나님이 사람을 지은 목적은 세계의 통치권을 인간에게 맡기기 위한 데 있다.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여기서 하나님 모습이 ‘초상’을 뜻한다고 할 때, 그것은 하나님의 통치권의 위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님이 그의 형상대로 사람을 지었는데 “남자와 여자를 지어냈다”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함께 어울리어 ‘공동체’를 형성하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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