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장자의 인간론
3-2-1. 유세적 태도
장자의 정신 세계는 매우 웅대하여 인간 중심적인 편협한 세계관을 멀리 뛰어넘었다. 그러나 단지 현실을 도피하고 초월적 경지에 홀로 안주하는 것을 구경究竟의 이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그는 이상理想의 상태를 양행兩行이라고 표현한다.
성인은 시비를 조화시키고 자연적인 균제均齊(천균天鈞)에 맡기니 이것을 양행이라 한다.
장자가 말하는 양행이란 부정의 부정이고, 초탈과 복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람은 자기를 중심으로 타자를 바라보고 한정하려고 하는 데서 시비가 발생한다. 또한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 의해서 좋아하고 싫어하며, 사랑하고 미워하는 데서 모든 혼란과 투쟁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일차적으로는 모든 종류의 자기 중심적 관념들이나 집착에서 벗어나 초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 부정에 치우쳐 이곳을 떠난 다른 곳에만 평화 또는 이상적 경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이는 현실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도피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을 포용하지 못한 이상적 경지라는 것도 완전한 것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도를 통찰한 마음으로 다시 현실에 복귀해야만 한다. 이 마음으로 현실을 볼 때 종전까지의 시비, 호오好惡, 애증은 절대적 차별성의 근거를 상실하고 그 대립 관계는 지양된다.
그러므로 장자의 생활 태도는 결코 출세적出世的이 아니고 피세避世와 입세入世의 중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세속에 곧바로 뛰어들어 이에 몰입함으로써 인격적 주체성을 상실함이 없이, 맑고 밝은 심령으로 세상을 관조하면서도 세상을 아주 버리지는 않았다.
홀로 천지의 정신과 왕래하면서 만물을 얕보지 않고 시비에 얽매이지 않으며 세속과 더불어 처하였다.
이것이 삶에 대한 장자의 유세적遊世的 태도이다. 이런 장자는 정치를 중시한 노자와 다르고, 육체적 생명의 보전에 치우친 양주와도 다르다. 장자는 개인적이고 정신적인 자유와 안일을 강조하고 즐거이 정신을 기르며, 외물에 얽매이는 일은 하지 않으며, 정신적인 소요逍遙에 자재自在하기를 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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