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우는 아마도 살아서 돌아오기는 힘들 걸세.”
“맞아. 귀양이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일인데다, 그의 몸이 또 오죽 약한가? 그 몸으로 귀양살이를 얼마나 견디겠나!”
어느 날 우연히 이런 말을 들은 정신우의 딸은 너무나 놀라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버지가 고생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아버지께서 그런 고초를 겪고 계시는데, 자식 된 몸으로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어.”
딸은 이렇게 생각하고, 무작정 아버지가 전에 일했던 관청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 곳의 우두머리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으리, 제 아버지는 너무나 몸이 약하십니다. 부디 아버지가 풀려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귀양을 보내고 풀어 주고 하는 것은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라, 네가 이렇게 사정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러면 언제쯤이나 풀려날 수 있을지 그것만이라도 알아 봐 주십시오.”
“그 역시 나라에서 하는 것이니 나야 알 수 없지.”
딸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아픔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마침내 걱정하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버지가 중한 병에 걸렸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어머니, 제가 가서 아버지 병간호를 하겠어요.”
“애야, 아서라. 나라에 죄를 짓고 귀양 간 양반을 어디 마음대로 만날 수 있게 해 주겠느냐?”
어머니도 흐느껴 울며 말했다.
“제가 궁궐에 들어가서 간청을 해보면 안 될까요?”
“궁궐이 어디라고. 너 같은 조그만 여자 아이를 들여보내 줄 것 같으냐?”
“자식이 아비를 위해서 하는 일이니 무슨 길이 있겠지요.”
“하지만 애야. 만에 하나 네가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도록 허락이 내려진다고 해도 어린 너를 어찌 해주까지 보낼 것이며 또 그 곳까지 가는 데 드는 돈은 어디서 구한단 말이냐?”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를 기다릴 수만은 없잖아요?”
딸은 이렇게 말하며 궁궐로 갔다. 그리고 먼저 임금님께 아버지를 풀어 달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 그 날부터 딸은 궁궐 문 앞에 서서 높은 벼슬아치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 벼슬아치가 나오기만 하면 얼른 그 앞으로 달려가 공손히 절을 하고 사정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딸은 궁궐에서 나오는 한 관리 앞으로 달려가 또 절을 하고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냐?”
“저는 해주로 귀양 간 정신우의 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의 아버지가 중병으로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부디 아버지를 뵐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으음, 정신우에게 너 같은 딸이 있었단 말이냐.”
관리는 딸의 효심에 감동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침 그 관리는 법률과 소송을 맡아 보는 사람이었다.
“너의 효심이 갸륵하니 내 기회를 보아 임금님께 부탁을 드려 보겠다.”
이튿날 그 관리는 임금님께 정신우의 딸 이야기를 자세히 아뢰었다.
“참으로 감동스러운 이야기구려. 정신우가 비록 죄인이지만 지금 무거운 병중에 있다 하니 그 딸의 효심을 보아서 특별히 그 죄는 면해 주시오.”
임금의 명으로 정신우는 귀양에서 풀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잘 되었소. 천하에 둘도 없는 효녀를 두셨구려.”
“정말 축하합니다. 임금님을 감동시킨 따님의 효심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정신우의 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축하의 인사를 했다. <정신우 딸의 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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