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단풍나무 아래에서
구녕 이효범
아무라도 좋으니
나를 사랑하여 가을날을
뚜벅뚜벅 걸어올 사람에게
아름답고도 굳센 총을 주어라.
그 매혹적인 손
탕, 방아쇠가 당겨지고
심장의 피가 솟구쳐 저녁노을처럼
서쪽 하늘을 물들이게 해다오.
초점이 맞지 않아
파편으로만 쓸쓸했던
지난날 삶의 조각들이
보석처럼 어둠에 박혀 모두 별이 되리라.
붉은 단풍나무 아래에서
이제 유일한 희망
나의 심장에 총을 겨눌
그 누군가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