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42, 카페)
o 카페
구녕 이효범
한국에는 요즘 카페가 유행한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이다.
만나서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카페는 점점 커지고 화려해진다.
소크라테스 카페까지 생겼다.
카페지기 소크라테스가 공자, 예수, 붓다를 초청했다.
“유난히 무더웠던 더위가 물러가고 있습니다.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코앞에 와 있네요.
커피를 드시면서 요즘 근황을 말씀해주십시오?”
그러자 근심 어린 표정으로 공자가 말을 받았다.
“곧 한가위가 오는데 차례상 차린다고,
며느리들이 스트레스받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부담 없이 간소하게 지내세요.
조상들은 가족이 화목하기를 더 원합니다.”
예수가 말을 이었다.
“가을에는 행사가 많아집니다.
날씨에 대한 기도가 끊이지 않아요.
누구의 간청을 들어주어야 할지 참 난감합니다.
하늘나라가 임할 것을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예수의 말을 듣고 있다가 붓다가 껄껄 웃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108배까지 하면서,
자식이 좋은 대학 가기를 빌고 또 빕니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만 기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허구한 날 아테네의 아고라를 맨발로 돌아다니며
소피스트들과 투쟁했던, ‘헤아릴 수 없는 사람’ 소크라테스는
세 분과 함께 천천히 술 대신 차를 마셨다.
인생을 음미하는 시간이 아니고 마음을 여는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카페가 번성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44, 신비) (0) | 2023.09.01 |
---|---|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43, 몸과 영혼) (0) | 2023.08.31 |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41, 안타까움) (0) | 2023.08.29 |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40, 동방예의지국) (0) | 2023.08.23 |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39, 걷기) (0) | 2023.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