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여행기

대전고 51회 캐나다 로키 트레킹5

이효범 2023. 7. 28. 03:43

o 대전고 51회 캐나다 로키 트레킹 5

 

구녕 이효범

 

오늘은 329백 보를 걸었다. 미친 날이다. 아침 730분 숙소를 출발하여 요호국립공원에 있는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로 이동했다. 우리는 에메랄드 호수를 보기도 전에 호수가 에메랄드빛을 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름은 실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820, 예의 체조를 마친 후 첫걸음을 시작했다. 산행거리 13.1km, 소요시간이 7시간이 걸리는 에메랄드 레이크 트레일이다.

 

요호국립공원은 1886년에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요호라는 말은 원주민의 말로 훌륭한, 굉장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공원은 5억 년도 더 된 바다 생물체인, 버제스 셰일(Burgess Shale) 화석의 발견지로서 유명하다. 그리고 그 화석들이 정교히 보존되어 있어 상당한 고생물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아침 일찍 도달한 호수는 이름 그대로 영롱한 에메랄드색을 띄고 있었다. 주변 산봉우리들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자아내고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기대 이상의 풍경에 와와감탄사를 외치면서, 사진찍기에 전념하였다. 어디를 찍어도 달력의 풍경 사진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호수 주변을 우리는 한없이 부담 없이, 한없이 낭만적으로, 한없이 재잘거리면 걸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1312m의 고도에서 1826m 고도의 고개를 넘어야 했다. 고개를 넘는 것은 언제나 우리를 힘들게 한다. 가파르지는 않았지만 계속 올라야 했다. 다행히 우리의 숨통을 트게 한 것은 하나의 폭포였다. 그러나 우리가 예전에 간 영동의 옥계폭포와 비교해서 높이와 수량 면에서 10배는 족히 넘어 보이는데도, 아무도 그 이름을 알 수 없었다. 총명한 우리 가이드도 고개만 갸우뚱했다. 이 동네에서는 아무도 이런 폭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우리는 51회 동창회 문윤성 회장의 말씀에 따라, ‘오일폭포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고개에 오르니 긴 평지의 아름다운 꽃길이 펼쳐졌다. 철학자가 소요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품이 풍겨 나오는 요호패스 길이었다. 천국으로 향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로버트 맥팔레인의 말이 생각났다. “행복은 고도(高度)에서 경험할 수 있는 관조적 사색에서 온다. 공간의 장엄함을 느끼게 하는 산봉우리에서의 조망은, 개인의 영혼을 고무시키는 동시에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여기게 한다. 등산가들은 산꼭대기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한편, 자아를 망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산에 오르는 마음 중에서)

 

요호패스가 끝나는 지점에 거짓말처럼 요호 호수가 나타났다. 산 깊숙한 곳에 산토끼가 아침에 일어나 눈 비비고 찾아올 것 같은 이런 앙증맞은 호수라니! 몇 개의 텐트가 보인다. 곰이 출현하는지, 텐트 주변에 음식물을 매달 수 있은 높은 도루래 기둥이 있었다. 처음 보는 장치이다. 새로운 것을 보면서 이돈식은 배우지 않는 인생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한다. 문윤성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이 즐겁다.”라고 말한다. “여행은 배우는 과정이다.”라고 김진택은 말한다. 깊은 산속에 들어오니 한 소식들을 알린다. 그림 같은 그곳에서 짙푸르고 맑은 물을 보며 우리는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남산처럼 부풀은 배를 안고 또 얼마를 오르고 걸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느 지점에 오니 계곡을 울리는 물소리가 났다. 저 멀리 계곡 맞은편에서 하얀 줄기의 폭포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트레킹의 목적지인 타카카우(‘경탄할 만하다라는 스토니의 원주민어에서 유래되었다) 폭포이다. 가까이 갈수록 소리는 더욱 커졌다. 마치 전폭기가 이륙할 때 내는 굉음 같다.

 

우리의 목표물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인가. 하루의 수고를 말끔히 씻어줄 것인가. 폭포 밑으로 걸어 들어갔다. 빙하가 녹은 차디찬 폭포물이 얼굴을 덮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갈수 있는 곳까지 다가가서, 380m 낙차로 떨어지는 폭포를 주시했다. 세 마리 흰말이 밑으로 고꾸라지는 것 같았다. 용 같기도 했다. 악마의 노한 얼굴 같기도 했다. 거인의 오줌인 것 같기도 했다. 밀가루로 보이기도 하고, 쌀가루로 보이기도 하고, 눈사태로 보이기도 했다.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무엇으로도 형상하기 어려웠다. 장대하고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넋을 잃고 바라본 후에 우리는 계곡으로 내려와 빙하수에 발을 담갔다. 두 번 들어가기에는 무섭도록 차가운 물이었다. 우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트레킹 종료 후 밴프 시내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밴프의 명물인 설퍼산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360도 파노라마를 즐겼다. 정상에서 멋진 풍경을 보여 즐긴 석식은 너무나도 근사하였다. 맥주를 서비스하는 소녀의 푸른 눈과 미소는 나그네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식사 중에 보균의 전화가 울렸다. 우리 동기 김영태가 부부 동반으로 밴프에 왔다는 것이다. 묵는 숙소도 같다. , 이제 세계가 이렇게 좁아질 수 있단 말인가? 오늘 밤에도 즐거운 술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