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여행기

대전고 51회 캐나다 로키 트레킹2

이효범 2023. 7. 25. 06:21

o 대전고 51회 캐나다 로키 트레킹2

 

구녕 이효범

 

아침 730분 버스로 캘거리를 떠나 재스퍼를 향했다. 400km가 넘는 거리이다. 캘거리 시내를 지나자 넓은 구릉지에 소들이 가득했다. 캘거리가 속한 앨버타주의 인구는 450만 명인데 소는 350만 마리라고 한다. 소 한 마리를 기르기 위해서는 1224평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캘거리에서 밴쿠버로 가는 캐나다 1번 국도를 타고 가다, ‘캔모어(Canmore) 방문자 센터에서 잠시 쉬고, 93번 국도로 빠졌다. 재스퍼까지 약 300km의 이 길(아이스필드 파크웨이)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도로 중 하나이다. 계곡 양쪽으로 2000m가 넘는 돌산들이 가지각색의 형태를 뽐내면서 방문자들의 정신을 사로잡는다. 또 길옆으로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한 강이 흐른다. 이곳은 동식물이 주인이지, 인간은 단지 길만 냈을 뿐 잠시 찾아오는 손님일 따름이다. 우리에게는 참으로 낯선 신천지이다.

 

이 지역과 이 길을 우리 동기 권홍재 친구가 그의 인생의 황금 시절에 거주하고 사랑했다. 93번 톨게이트에서 얼마를 달려, 그가 아마 분명히 좋아했을 보우(Bow) 호수에 차를 멈추었다. 보우 호수는 티 없는 명경지수로 주변의 웅장한 산들을 그 모습 그대로 품고 있었다. 이곳 호수에서 빙하수는 발원하여, 보우강을 이루고, 그 강물은 캘거리 시내를 관통한다. 나는 마치 격조 높은 지적인 여인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친구 홍재는 이 호수를 어떻게 감상했을까 궁금하다. 조금 지나니 가이드가 다음 호수는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알려져서, 꼭 가봐야 한다고 소개한다. 우리 동기 강희달이 늘 자랑하는 신탄진에서 나온 미모의 여배우가 있다. 우리 국민이 다 알고 있는 김지미이다. 한때 지미는 이종구 의사와 결혼하여 산 적이 있다. 그런데 이종구가 김지미에게 청혼한 장소가 바로 이곳 페이토(Peyto)호수라는 것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호수의 색깔은 사람의 혼을 뺏는 진한 옥색이었다. 감성적인 지미도 이 색깔에 빠져 청혼을 승낙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젊은 청년들이여,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여자의 섬세한 감정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열정 하나만으로 돌진하다가 얼마나 많은 기사들이 낙마했는지를 교훈삼아야 한다.

 

내일부터 시작하는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우리는 오늘 가벼운 윌콕스 패스(Wilcox Pass)를 산책했다. 산행거리 1.5km, 소요시간 1시간 정도가 걸리는 가벼운 트레킹이었다. 낮은 수목한계선 덕분에 탁 트인 전망을 조망할 수 있었다. 저 밑으로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달리는 차들이 조그맣게 보였다. 길지는 않았지만 전나무 숲이 우거진 산행길도 푹신했고, 신선한 나무가 품어내는 향기가 우리의 오감을 자극했다.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로키산맥의 가장 큰 빙원인 컬럼비아 빙원에서 흘러내리는 아사바스카 빙하 위를 설상차로 오르는 빙하 체험이었다. 아사바스카 빙하는 에펠탑도 묻을 수 있는, 깊이 300m가 넘는 얼음판이다. 이 얼음판을 달리는 차인 아이스필드 익스플로러는 바퀴 하나가 성인 키만큼 큼지막했다. 차 한 대의 가격이 무려 1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는 하얀 얼음판 위를 흐르는 푸른 빙하수를 떠먹었다. 빙하수 한 모금에 얼마큼 젊어질지는 모르지만, 그 차가움만은 폐부를 찔러 우리 몸을 각성시켰다.

 

마지막 종착지인 제스퍼로 가는 도중에 길가에서 풀을 띁어먹고 있는 커다란 엘크를 보았다. 하늘로 솟은 뿔이 먹음직스럽고 장관이었다. 제스퍼는 작년에 알프스 트레킹 때 갔던 몽블랑 밑의 샤모니 분위기도 나고, 스위스의 인터라켄의 냄새도 났다.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재미난 마을이었다. 그러나 여름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저녁에 나온 소고기 스테이크로 우리는 두 번 놀랐다. 하나는 그 크기였다. 우리 중에 그 고기를 다 먹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두 번째는 그 식감이었다. 검게 보여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입안에 들어가니 살살 녹았다. 캐나다 앨버타주의 소가 이렇게 맛있다니 의외였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트레킹에 들어간다. 오늘 밤은 술을 자제하고 일찍 자야겠다.